SK 와이번스의 안타까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주력 선수들 대부분이 돌아왔음에도 5위 싸움은 커녕 연패 막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처지다. SK가 시즌 막판에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로 리더십 부재와 집중력 부족이 꼽힌다.
사실 SK는 최근 반전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 지난달 26일 인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SK는 2-4로 뒤지고 있던 9회말 정상호가 윤석민을 상대로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려 5대4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를 포기하고 있던 순간, 당시 25세이브를 기록중이던 윤석민을 무너뜨리며 3연패를 끊은 것이었다. 승리를 만끽하는 김용희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표정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실제 SK는 이후 LG 트윈스와의 잠실 2연전을 모두 잡으며 3연승을 달렸다. 8위에서 7위로 올라섰고, 5위권인 KIA와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도 꽤나 줄였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에이스 김광현이 초반에 무너지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이 뼈아픈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깨 통증을 떨치고 돌아온 김광현에게 4연승을 기대했지만, 2회를 넘기지 못하고 8실점하는 바람에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8월 이후 무섭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t의 기세 '탓'을 하기도 민망한 경기였다. 그 후유증은 윤희상이 선발 등판한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그리고 SK는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된 9월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모처럼 끈질긴 경기력을 보이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올시즌 SK 경기에서 보기 드문 추격전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리드를 빼앗기고도 두 차례 동점을 만들었지만, 끝내 5대6으로 한 점차 패배를 당했다. 또다시 3연패. SK는 후반기에만 3연패 이상을 5번이나 기록했다. SK는 전날 서울로 이동한 직후 구단주 주최로 선수단 회식을 했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격려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던 단합된 다짐도 연패를 끊지는 못했다.
SK의 연패가 안타까운 것은 경쟁팀들의 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SK가 최근 3연승과 3연패를 하는 동안 한화와 KIA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화는 같은 기간 3승3패를 올렸고, KIA는 이날 한화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6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3연승하며 이들과의 승차를 1.5경기까지 좁힌 SK는 이후 3연패를 당하며 더 따라잡을 수 있는 타이밍을 또 놓치고 말았다. 남들이 못할 때 잘해야 올라가는데, 같이 못하니 안타깝다는 것이다. SK는 오히려 8위 롯데 자이언츠에 0.5경기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롯데까지 포함한다면 4팀의 5위 싸움은 막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어느 팀은 투수들이 지쳐있고, 어느 팀은 타선이 바닥이고, 어느 팀은 투타밸런스가 엇박자고, 어느 팀은 집중력이 떨어진다. 누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력 측면에서 SK는 분명 분위기를 띄울 요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감독은 5위 전망에 대해 "글쎄, 5위 싸움은 나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SK가 여전히 유리한 것 아닌가. 마운드 운영이 중요하다"고 했다.
SK도 주위의 시선을 잘 인식하고 있다. 1일 두산전처럼 의지를 갖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SK는 지금의 안타까움이 절망으로 더 악화되지 않도록 그런 방식으로 몸부림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