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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2010', 한화 송은범의 새 활용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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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어색하다. 아무리 잘 꾸며보려 해도 결국 어딘가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나온다. 어쩌면 올해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송은범에게 선발 보직은 '맞지 않는 옷'이 아니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송은범이 다른 보직에서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 인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치 2010년 SK 와이번스에서 시즌 중반이후 뒷문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의 모습이 연상된다. 결국 송은범의 최적 활용법은 '선발' 보다는 '불펜' 특히 '마무리'에서 찾아야 할 듯 하다. 시즌 막판 한화와 송은범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 바로 'back to 2010', 2010년의 송은범처럼 쓰는 것이다.

송은범은 6일 대전 두산전에서 새로운 대안이 실용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날 송은범은 팀이 5-4로 쫓기던 8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등판했다. 안타 하나면 동점, 장타면 역전 허용까지도 가능한 대위기. 그러나 허경민-장민석-민병헌을 연달아 잡아냈다. 허경민은 페이크 번트 슬래시를 시도했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쳤고, 장민석이 친 공도 내야 위에 떴다. 민병헌은 유격수 땅볼. 타구는 모두 송은범의 힘에 눌려 외야로 뻗지 못했다.

9회초 두산은 김현수-오재원-양의지의 중심 타선이 나왔다. 그러나 역시 패턴은 8회와 비슷했다.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고 151㎞의 직구, 그리고 140㎞초반의 빠른 슬라이더. 선발로서는 '단조롭다'는 비판을 받았던 송은범의 투피치는 오히려 짧은 위기 상황에서는 효과적으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두 개의 칼날로 변했다.

이런 모습은 2010년 SK 시절 때를 연상케 한다. 당시 송은범은 총 44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30에 8승5패 8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시즌 초반 선발로 나왔다가 중반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해서 더욱 위력적인 팀 기여도를 보여줬다. 선발로는 18경기에 나와 89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지만, 불펜으로서는 26경기에서 35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언터처블'의 위용을 뽐냈다. 당시 송은범을 가르치고 불펜 전환의 묘수를 낸 장본인이 바로 현재 한화에서 재회한 김성근 감독이다.

때문에 이번에도 송은범의 '불펜 전환'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더구나 현재 한화의 상황으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시즌 내내 혹독하게 던진 윤규진과 권 혁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 윤규진은 어깨 충돌증후군으로 아직 1군 엔트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권 혁은 연이어 무너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불펜의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송은범은 분명 이런 한화의 위기 상황에 훌륭한 대안이자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단, 2010년의 모습 그리고 6일 경기에서 나왔던 압도적인 구위와 마운드에서의 자신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송은범이 이런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면 한화의 가을잔치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