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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로 감독들은 이전까지 플라핑을 지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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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당시 오리온스 김승현은 경기 도중 '캐링 더 볼'을 지적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이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약간을 망설인 뒤 "경기가 심판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안된다"고 했다.

김승현은 징계를 받았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KBL은 오버 드리블로 불리는 '캐링 더 볼'에 대해 특히 강조하던 시기였다. 시즌 전 새롭게 룰을 개정했고, 시즌이 시작되자 '캐링 더 볼' 지적은 1경기 당 거의 1개씩 지적됐다.

마치 '일제단속'을 하는 느낌.

지난해 KBL은 U1 파울을 만들었다. 속공파울의 변형이었다. 속공 시 끊는 파울에 대해서는 U1 파울을 적용했다.

시즌이 시작되자, 애매한 상황이면 무조건 U1 파울이 불렸다. 그런데 U1 파울의 기준이 애매했다. 이 부분을 놓고 현역 감독들조차 헷갈려 했다. 결국 올 시즌이 되자 폐지됐다.

사실 속공파울은 한국농구의 악성습관 때문에 생겼다. 속공 시 정상적인 수비보다는 무조건 파울로 끊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속공으로 쉬운 득점을 주느니 자유투나 공격권을 주는 게 낫다는 발상. 실제 기술 부족으로 자유투 성공률이나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전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농구를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 속공이 끊어지는 것은 답답하다. 결국 속공파울이 만들어졌고, U1 파울은 그 변형이다.

이 패턴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KBL은 그동안 가장 중요한 판정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다. 반면, 특정 파울에 대해서는 강조하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2006년 당시 한국농구는 아시아권에서도 3류로 전락할 때였다.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강조된 '캐링 더 볼'.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정확한 스텝을 강조하는 트레블링의 강화와 몸싸움의 강화였다. 당시 대부분 대표팀 선수들이 지적받던 문제였다.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트레블링에 대한 대처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2015년 KBL은 시즌을 앞두고 플라핑(flopping)에 대해 경고 2회에 테크니컬 파울, 과도한 플라핑의 경우 곧바로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상대팀에게 주겠다고 강조했다. 헐리우드 액션에 대해 강하게 조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원칙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너무 늦게 도입된 측면도 있다.

10개 구단 감독은 모두 찬성했다. "정상적인 농구를 하자는 취지(유도훈 감독)", "(플라핑은)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었다. 바람직하다(김 진 감독)", "없던 것을 만든 것이 아니다. 농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룰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추일승 감독)", "에전 전지훈련에서 주희정과 김선형이 상대 거친 몸싸움에 넘어오지 못했다. 플라핑은 몸싸움에 도움이 된다(문경은 감독)" 등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경우 더욱 강경하게 언급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몸싸움을 허용하면 플라핑이 나올 이유가 없다. 너무 불어대니까 선수들이 익숙해져서 장난을 친 것이다. 국제대회라면 정상적인 몸싸움인데, 국내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몸싸움을 이용하느라 헐리우드 액션을 취한 것 같다. 강회되는 것은 굉장히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관되지 않은 판정기준과 '유리농구'라는 비아냥을 듣는 KBL의 현 판정태도에서 플라핑의 강조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몸싸움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석연찮은 부분이 생긴다. 일단 '승부처에서 플라핑을 과도하게 불지 않을까'라는 부분이다. 위에서 지적한 '캐링 더 볼'이나 'U1 파울'의 경우를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확률이 있다. 이 부분은 KBL이 경계해야 한다.

또 하나, 10개 구단 감독들은 모두 찬성했다. 사실 플라핑의 경우, 한국농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들도 현역 시절 때 대부분 '시전했던 기술'들이다.

그러나 KBL이 '깃발'을 꼽고 나자, 10개 구단 감독들은 모두 대찬성했다. 모든 감독들의 찬성 의견의 논리를 보면, 핵심은 '몸싸움의 농구 고유의 미학이고, 플라핑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터부시 죄악시 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강한 의문이 든다.

왜 지난 시즌까지 그들은 '유리농구'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 언급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한국농구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10명의 사령탑인데 말이다. 농구 자체 보다는 팀을 어떻게 이끄느냐를 초점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 사령탑은 자신의 팀 뿐만 아니라 한국농구에 대해서도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2명 출전 논란이 불거졌을 때 현장에서 반대한 인물은 딱 2명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당시 KT 전창진 전 감독이었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