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 우승후보라는 소리가 반가울까, 아니면 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울림일 뿐일까.
12일 개막을 앞둔 프로농구. 7일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단골 질문인 감독들이 꼽는 우승후보. 알차게 전력 보강을 한 오리온스가 압도적 지지를 받은 가운데 KGC의 이름도 많이 불리워졌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원주 동부 프로미 김영만 감독, 창원 LG 세이커스 김 진 감독,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유도훈 감독이 KGC를 언급했다.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양희종, 오세근, 박찬희, 이정현 등 국가대표 멤버들이 가득하다. 외국인 센터 찰스 로드도 말썽만 부리지 않는다면 KGC 농구에 잘 어울릴 것이다. 만약, 선수들의 능력치를 반영해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정규리그를 돌린다면 KGC는 분명 최상위권에 위치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프로농구 시즌은 게임이 아니다. 정말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생각보다 큰 국가대표 차출
국가대표팀이 최근 존스컵을 치렀고, 정규리그 1라운드 종료시점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KGC는 박찬희와 이정현을 차출시켰다. 사실 이들 뿐 아니었다. 원래 박찬희에 오세근과 양희종이 국가대표였는데, 박찬희를 제외한 두 사람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두 사람이 돌아오자 이정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오면 뭐하나. 제대로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양희종은 최근 훈련을 시작했지만 오세근은 당장 시즌에 들어가 실전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팀에서 주축 4명이 빠진 채 훈련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다. 김승기 감독대행도 "선수가 강병현, 전성현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팀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졌으니 공평한 일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KGC는 더욱 타격이 크다. 팀의 앞선을 책임질 가드 2명이 빠졌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가드들은 팀원들과 더욱 유기적으로 손발을 맞춰야 하는 포지션이다. 두 사람 중 1명이라도 있었다면 가드 라인 중심이 선 채 훈련과 시합을 진행할 수 있지만, 주축 가드 2명이 동시에 팀을 빠진 영향은 크다. 두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강병현의 허리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것도 불운이다. 두 사람이 1라운드 종료 후 돌아온다 해도 곧바로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KGC는 주전 선수들이 완전체로 연습을 한 시간이 없다.
신인드래프트를 기대해볼 수 있겠는데, 이번 드래프트 전체 1, 2순위로 평가되는 문성곤(고려대)와 한희원(경희대) 모두 혼자 판도를 바꿀 만한 선수들은 아니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해결사 문제
KGC 농구는 재밌다. 외모도 훤칠한 선수들이 빠르고 잘 달리며 화끈한 농구를 한다. 속공으로 상대를 몰아칠 때는 그 기세가 정말 무섭다. 10점 정도의 점수차도 금세 따라잡는다.
하지만 그동안 10점 앞서다가도 상대에 쉽게 추격을 허용하는 농구를 해왔다. 이유가 있었다. 해결사가 없었다. 농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상대팀에 금세 추격을 허용한다. 그 때 상대의 흐름을 끊는 건 역시 득점 뿐이다. 공격이 원활하지 못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 능력이 좋은 해결사 유형의 선수가 풀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시즌 서울 SK 나이츠 애린 헤인즈와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의 역할이 그랬다.
하지만 KGC에는 그런 유형의 선수가 없었다. 오세근의 몸상태가 완전치 않은 가운데 양희종은 공격보다는 수비가 강점인 스타일이다. 박찬희 역시 수비와 스피드가 주무기다. 군대에서 전역한 이정현이 해결사 기질을 갖고있지만, 앞서 언급된 외국인 선수 역할과 비교하면 그만큼의 활약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결국 외국인 선수인데, 로드는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를 뚫어낼 선수는 아니다. 결국 로드도 속공이 주무기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이탈한 프랭크 로빈슨 대신 마리오 리틀을 데려왔다. 김 감독대행의 표현에 의하면 전형적인 외곽 슈터다. 문제는 돌파력이 약한 전형적인 받아먹는 슈터 스타일이기에 해결사 스타일로 보기는 힘들다.
관건은 이 문제를 풀어나갈 유일한 방법은 김 감독대행이 만들 확실한 공격 패턴이다. 전창진 전 감독 밑에서 오랜 시간 코치 생활을 한 김 감독대행의 농구도 공 없는 선수들이 열심히 뛰며 찬스를 만드는 농구가 될 전망이다. "그 분의 피가 흐른다"고 했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확실히 메이드를 시킬 수 있는 다양한 패턴 마련이 중요하다. 이전 kt 농구도 그랬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확실한 건, 리그 초반 애를 먹을 수 있지만 시즌 중후반까지만 잘 버텨낸다면 서서히 완전체가 될 KGC는 리그 후반, 그리고 플레이오프 무서운 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반에 무너지면 안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