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엔 두 명의 이병규가 있다. 등번호 9번 이병규(41)는 LG 야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누가 뭐래도 야구 센스와 맞히는 기술에선 역대 열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우수한 선수다. 등번호 7번 이병규(32)는 지난해 LG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면서 양상문 LG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LG가 토종 4번 타자를 찾았다고 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2015시즌의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 '두' 이병규의 모습은 초라하다. 고참 이병규는 9월 1일 엔트리 확대에 맞춰 1군으로 올라왔지만 8일까지 7경기에서 임팩트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병규도 할 말은 있다. 이병규 입장에선 충분한 기회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력 발휘가 어렵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병규는 요즘 대타로 나서고 있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가 대타로 들어가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번 달 7경기에서 2안타를 쳤다.
이병규는 지난 5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간 후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 이병규는 42경기에 출전, 타율 2할2푼5리, 1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병규의 이름값, 평균치(프로 통산 타율 0.311), 그리고 올해 계약 연봉(8억원) 등을 감안할 때 어울리는 성적표는 아니다.
리빌딩에 들어간 LG 구단은 팀내 최고참 이병규에게 예전 처럼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젊은' 이병규(등번호 7번)는 현재 1군 엔트리에 조차 없다. 그렇다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27일 부상(옆구리)으로 1군 말소됐다. 올해 성적은 70경기 출전, 타율 2할4푼3리, 12홈런, 35타점에 멈춰 있다.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7번)에게 큰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병규는 지난해 116경기에서 타율 3할6리, 16홈런, 87타점으로 실질적인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지난 5월 시즌 초중반 소방수로 사령탑을 맡았던 양 감독에게 이병규의 맹활약은 단비 같았다. 그래서 양 감독은 이병규를 겨울 캠프 이전부터 4번 타자로 못박고 큰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이병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개막전에 앞서 목에 담 증세가 왔다. 그리고 시즌 초중반에도 옆구리가 계속 말썽을 부렸다. 타격감의 기복이 심했다. 타격 페이스가 안 좋았지만 4번 타순에 계속 밀어붙였다. 그렇지만 결국 좋아지지 않았고,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타순에서 4번 자리가 흔들리면 전체가 꼬이게 된다. '젊은' 이병규가 올해 양상문 감독의 기대치에 모자랐던 부분은 팀 성적 부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