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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실책 권용관 "한 발만 더 갈걸, 후배들에게 면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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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기분이죠. 한 발, 그 한 발만 더 갔으면 됐는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프로야구 선수도 마찬가지. 수 천, 수 만번을 반복했던 동작임에도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 올해 한화 이글스에서 전문 수비수로 팀에 기여했던 베테랑 권용관은 하루가 지났지만 전날의 실수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베테랑의 한숨은 깊고 무거웠다.

권용관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4로 앞선 9회말 1사 1루 때 평범한 1루쪽 뜬 공을 잡지 못했다. 타구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주춤 거리다가 뒤늦게 미트를 뻗었지만, 공은 끝부분에 걸렸다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 실수는 엄청난 치명타로 돌아왔다. 결국 한화는 9회말에 3점을 헌납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12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아 8대7로 역전패했다.

시즌 막판 롯데 자이언츠와 치열한 5위 싸움을 하던 한화로서는 치명적인 패배였다. 이날 롯데가 SK에 승리하며 순위가 역전되고 말았다. 9일 LG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만난 권용관은 이 점에 관해 더욱 마음아파했다. 그는 "나 혼자만의 실수였다면 다음에 반성하고 잘하든지 하면 됐을 텐데, 팀에 큰 피해를 끼친 게 너무나 미안하다. 후배들 볼 낯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권용관은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보통 잠실구장 1루쪽에서는 뜬 공의 방향이 내야쪽으로 더 휘어져 들어온다. 그걸 잡으려면 3루나 유격수 쪽에 있을 때보다 한 발을 더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한 발을 미처 못 내디뎠다. 뭔가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권용관은 8회까지 3루에 있었다. 그러나 9회초 공격 때 1루수였던 김태균이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김성근 감독은 김태균을 대주자 주현상으로 교체했다. 3점차 리드를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해 쐐기점을 내기 위해서 대주자를 기용했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게 패착이었다. 대주자 카드는 추가 쐐기점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9회말 수비가 되자 권용관이 1루로, 대주자 주현상은 3루로 들어갔다.

사실 기용법 자체는 색다를 게 없었다. 그간 해왔던 한화의 선수 운용법칙에 따른 것이다. 권용관은 내야 전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전문 수비요원이다. 1루수로서도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고, 김태균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필 권용관이 실책을 하는 바람에 이 기용법은 패착으로 귀결됐다.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 이 장면에 관해 "어제 밤새 자책했다. 차라리 김태균을 놔둘 걸 그랬나 하고"라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사건을 벌어졌고, 새로운 게임이 열린다. 권용관은 "내 실수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못 가게 된다면 너무나 큰 상처가 될 것 같다.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치명적인 실수를 했던 권용관이 과연 자신의 잘못을 만회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권용관은 9일 경기에서는 8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