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SK 와이번스에 1대8로 진 한화 이글스는 11일 경기 선발로 김민우를 발표했다. 현장의 취재진은 모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로테이션상 11일 선발은 안영명으로 거의 확실시되던 상황이었기 때문. 게다가 김민우는 10일 경기에서 7회초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오기도 했다. 공 4개 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11일 선발로 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한화 홍보팀 관계자도 팀 매니저에게 "정말 김민우가 맞는가"라고 재차 확인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민우의 선발 등판은 김성근 감독과 니시모토 투수코치가 상의끝에 내린 결론이다.
왜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을까. 여기에는 최근 한화 경기에 계속 나타났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벤치의 고민이 담겨 있다. 아무렇게나 내민 카드가 아니다. 현재 팀 상황에서 팀을 이기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 기용법의 핵심은 김민우의 깜짝 선발 등판에 있지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안영명이 선발 자리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주말 롯데전을 위한 포석이라기 보다는 당장 불펜에서 힘을 보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한화가 계속 경기 후반 역전이나 대량 실점을 허용했던 현상과 관련 깊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금 우리는 7회 이후를 맡아줄 투수가 없어졌다. 당장 10일 경기만 해도 탈보트가 빠진 이후 3이닝을 못 버티지 않았나. 최근 7회 이후 실점이 많은 게 고민된다"면서 "니시모토 코치와 매일같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고민의 해결책으로 일단 김 감독은 안영명을 뒤로 돌리는 방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안영명이 선발로 나왔을 때 과연 몇 이닝을 버틸 수 있을까. 잘 던진다고 보면 6회다. 김민우나 탈보트도 마찬가지다. 그럼 그 뒤에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 뒤를 막아줄 선수가 필요하다"면서 "결국은 안영명을 불펜에서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안영명의 불펜 전환은 이미 예고됐던 바다. 안영명은 지난 5일 대전 두산전 때 선발 송창식에 이어 8회부터 나와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새로운 필승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아마도 이 경기가 바로 안영명의 불펜 전환 가능성을 시험했던 무대로 여겨진다. 김 감독과 니시모토 코치는 이 경기에서의 안영명을 본 뒤 불펜 전환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대전 SK전을 포함해 한화는 17경기를 남겨둔 시점이다. 5위 롯데와는 1.5경기 차이가 난다. 남은 경기의 결과에 따라 5위 탈환을 노려볼 수도 있다. 결국 김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의 반전을 위해 안영명을 일시적으로 불펜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꺼내든 것이다. 물론 잔여 경기 일정에 따른 선발 등판 간격과 안영명의 컨디션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론이다. 과연 이같은 깜짝 카드는 한화를 다시 5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