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고 해도 2014년은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서건창(26) 시즌이었다. 시즌 최종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201안타를 때려 단일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4년 이종범(196개)을 넘어 사상 첫 200안타를 돌파한 서건창은 정규시즌 MVP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류현진이 2006년에 신인왕-MVP를 동시에 거머쥔 데 이어, 신인왕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MVP가 됐다. 200안타의 위력은 박병호의 '3년 연속 홈런-타점 1위'까지 밀어낼 정도로 강력했다.
올해는 박병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5일 현재 126경기에 출전해 48홈런-135타점.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눈앞에 있다. 홈런하면 금방 떠오르는 '레전드' 이만수 장종훈 이승엽도 못 해 본 대기록이다.
지난달까지만 포커스가 홈런에 맞춰졌다. 2003년 이승엽의 단일시즌 최다 56홈런이 타깃이었다. 시즌 중후반까지 홈런 페이스가 무시무시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습배팅을 하듯 홈런을 쏟아냈다. 그런데 9월에 접어들어 다소 주춤했다. 손가락 통증으로 인해 5경기(1경기는 대타 출전해 볼넷 출루)를 쉬었다.
15일까지 130경기를 치른 히어로즈는 14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최다 홈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홈런 이상으로 가치있는 기록이 있다. 단일시즌 최다 타점이다.
2012년 31홈런을 때려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105타점을 뽑았다. 물론, 데뷔 첫 세 자릿수 타점이었다. 2013년 117개를 쌓아올린데 이어 지난해 에는 124점을 뽑았다. 풀타임 첫 해부터 3년간 홈런, 타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4년 연속 타점 1위가 가능해 보인다. 에릭 테임즈(NC·123개), 야마이코 나바로(삼성·122개)에 10개 이상 앞서 있다.
단일시즌 최다 타점 기록 또한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다. 56홈런을 때린 2003년에 이승엽은 144타점을 기록했다. 그해에 이승엽에 이어 심정수가 142개를 기록해 단일시즌 1~2위에 올라 있다.
'2015년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을 넘어설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승엽은 2003년 신기록을 세우고 일본으로 떠났고, 박병호는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시즌 통산기록을 대입해보면, 홈런은 몰라도 최다 타점은 가능해 보인다. 이번 시즌 박병호는 경기당 1타점 이상을 때렸다. 남은 14경기에서 10개를 추가하면 대기록이다.
박병호는 손가락 통증을 털어내고 선발 출전한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13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6경기에서 타율 3할7푼5리(24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이전에 비해 줄었지만 타격 컨디션은 좋았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이승엽의 144점은 물론, 150타점까지 노려볼만 하다.
이미 2010년 이대호(133타점)를 밀어냈다. 이승엽 심정수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135타점 중 85타점, 63%를 홈런으로 만들었다. 그에게 타점은 홈런의 부산물이 아니다. 박병호는 뛰어난 홈런타자이면서, 탁월한 해결사다. 득점권 타율이 3할8푼4리(245타수 94안타)나 된다. 테임즈(3할8리), 나바로(2할7푼)를 훌쩍 뛰어넘는 클러치 능력이다.
일본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 타점은 1950년 고즈루 마코토(쇼치쿠 로빈스)가 130경기에서 만들어 낸 161개다. 1930년 해크 윌슨(시카고 컵스)이 56홈런을 쏘아올리며 191타점을 생산했는데,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기록으로 남아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단일시즌 최다 타점 순위
순위=선수=시즌=타점
1=이승엽=2003년 144타점
2=심정수=2003년=142타점
3=이대호=2010년=133타점
4=김상현=2009년=127타점
5=이승엽=2002년=126타점
6=박병호=2014년=124타점
7=이승엽=1999년=123타점
7=마해영=2003년=123타점
9=호세=1999년=122타점
10=테임즈=2014년=121타점
※지난 시즌까지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