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까지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1m96)의 비중이 컸다. 캡틴 완장까지 찬 그는 코트에서, 벤치에서도 에이스 노릇을 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선수"라며 "한국 농구 스타일은 물론 동료들의 성향과 능력까지 파악하고 있어 '착착'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전자랜드는 그런 포웰이 없다. 추승균 감독 체제의 전주 KCC에 새 둥지를 틀었다. 대신 전자랜드는 안드레 스미스(1m98)가 가세했다. 트라이 아웃 1라운드 3순위로 지명한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포웰과 키가 엇비슷하지만 골밑에서 버티는 파워가 있다. 페이스업과 포스트업을 자유자재로 시도하는 공격 능력도 출중하다. 지난 20일까지 창단 첫 개막 4연승의 질주를 한 전자랜드. 그 중심에는 평균 25분16초를 뛰며 21.50점, 9.8리바운드를 잡은 스미스가 있다.
▶유도훈 감독이 말한 포웰과의 차이
스미스는 현재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1월 당한 무릎 부상의 여파에다 시즌이 일찍 시작하며 동료와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유 감독도 "리바운드에 대한 기대가 큰데 아직 몸이 안 된다"고 냉정히 진단했다. 스미스 역시 "머리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 성적에서 보듯 전자랜드는 잘 나간다. 스미스도 코트에 있는 순간 존재감을 발휘하며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유 감독은 "포웰은 아웃(OUT)에서 70, 인(IN)에서 30인 선수였다. 반대로 스미스는 아웃에서 30, 인에서 하는 플레이가 70이다"며 "포웰이 있을 때는 이현호나 다른 선수가 헬프 수비를 들어가야 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스미스가 버티면서부터는 국내 선수들의 그런 부담이 줄었다"고 차이점을 말했다. 이어 "지난 시즌만 해도 승부처에서 공이 아웃에서만 돌았다. 포웰이 간혹 골밑 돌파를 시도했지만 기본적으로 밖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라며 "이제는 안에 공이 투입되기 때문에 외곽에서 공간이 난다. 그런 부분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물론 둘 중 누가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성향이 다른 만큼 전자랜드의 스타일도 바뀌어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선수들이 말하는 '신기한' 스미스
선수들이 말하는 스미스는 '신기한 형'이다. 여느 외국인 선수처럼 강력한 덩크슛을 하지 않는 데다 이상한 폼으로 곧잘 득점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포웰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던 정효근은 "스미스는 따라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기술을 가졌다"며 "재미있고 신기한 형, 농구 선배"라고 했다. 정영삼도 "한국 음식을 아주 잘 먹는다. 해장국까지 아무렇지 않게 맛 보더라"며 "그러면서도 몸 관리는 철저하다. 커피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쌀로 만든 매운 것'(떡볶이)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코리안 피자'(김치전)를 얘기하면서도 엄지를 치켜 들었다. 그는 "평소 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음식이 입에 맞다. 김치로 만든 음식이 모두 맛있다"고 했다.
전자랜드 선수들이 밝힌 또 다른 특징은 '이타적인 농구'다. 움직이다 보면 스미스로부터 알아서 패스가 온다는 것이다. 정영삼은 "예전과 달리 가만히 서 있어도 쉬운 찬스가 나는 경우가 있다. 스미스가 연습할 때 '내가 맛있게 빼줄테니 너는 무조건 던져라'고 했는데, 농구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정효근도 "열심히 뛰다 보면 공이 온다. 스미스가 날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래서 더 뛰게 된다"고 했다.
스미스는 이런 농구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동료를 살리지 않는 것은 내가 페라리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서 택시만 타고 다니는 것과 같다"며 "난 택시이고 정영삼과 정효근이 페라리"라고 했다. 또 "어떨 때는 디안드레 조던(LA 클리퍼스)의 몸을 하루 정도 빌려 5개의 덩크슛을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몸 상태가 그렇지 못하다"며 "농구는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종목이고 덩크슛을 안 해도 같은 2점이다. 동료들과 함께 뛰며 좋은 결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