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무리수일까, 승부수일까.
KBS2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3'가 10월 3일 3년 만에 돌아온다. '톱밴드'는 대한민국 최고 밴드가 되기 위해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11년 시즌1 방송 이후 장미여관, 데이브레이크, 피아 등 실력파 밴드들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을 받았으나 시즌2의 부진 이후 잠시 모습을 감췄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시즌3 체제로 시청자와 만나게 된 것. 오랜만에 찾아온 만큼 확 달라졌다.
우선 방송 시간대가 달라졌다. 토요일 심야 시간(시즌1 오후 10시 10분, 시준2 오후 11시 25분)대에서 오전 11시 20분으로 확 앞당겼다. 주말극과 경쟁해야 했던 지난 시즌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편성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토요일 오전 시간대는 시청률 파이 자체가 적다. 경쟁자 파워는 미비하더라도 이번엔 '톱밴드3' 자체의 파급력과 화제성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생겼다. 이와 관련 연출을 맡은 윤영진PD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편성 시간도 승부수를 던졌다. 가족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방송을 만들려 한다. 좀더 쉽고 친근하게, 유쾌하고 밝은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 역할은 장미여관이 잘 해줄 것 같다"고 밝혔다.
코치진에는 신대철 윤일상 외에 시즌2 참가 밴드였던 장미여관이 합류했다. 윤영진PD는 "장미여관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 5초 만에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다섯 번이나 만났다. 3년 전에는 참가 밴드였는데 어떻게 코치를 하겠냐며 부담스러워하더라. '톱밴드3' 제작의도는 밴드 음악이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혔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장미여관은 '톱밴드' 최고 결과물이라 생각했다. 이들의 경험치가 참가 밴드에게 공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렵게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는 '초심'을 찾은 모양새다. 참가자들의 피말리는 경쟁과 탈락을 강조하는 대신, 밴드들의 도전과 열정에 초점을 맞춘다. '비주얼 보컬'로 노래가 판가름나는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밴드 음악의 진정성'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프로 밴드로 구성됐던 시즌2와 달리 '아마추어 밴드 오디션'이라는 틀을 가져왔다. 대신 개인 부문을 신설했다. 보컬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 개인 부문으로 지원한 뒤 예선 통과자들끼리 팀을 결성해 본선에 나가는 형식이다. '악마의 편집'도 포기했다. '악마의 편집'은 장단점이 있는 장치다.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과대 포장해서 방송하는 방식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화제성에서 만큼은 효자 노릇을 한다. 그래서 Mnet '슈퍼스타K'를 비롯한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놓지 못하는 끈이기도 하다. 그러나 '톱밴드3'는 이를 버렸다.
윤영진PD는 "시즌2의 음악이나 무대 완성도는 아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 밴드들이 나오면서 소외받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시즌은 밴드 신에서 네임밸류가 있는 팀, 매력 발산할 수 있는 밴드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악마의 편집 얘기가 많은데 이번 시즌에는 억지로 이슈를 만들기 위해 없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이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시청자들도 그들의 음악에서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과연 착해진 '톱밴드3'가 시즌1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시대를 앞서간 무리수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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