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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KIA가 5위를 놓친다면 실패한 시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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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단 시대를 시작하면서 도입한 '와일드 카드'가 뜨겁다. 올해 KBO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 '와일드 카드'가 막판까지 불꽃 레이스를 만들었다. 1~4위가 거대한 절벽처럼 서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이 승률 4할대 팀들간의 5위 경쟁에 쏠려있다.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눈앞에서 멀어지곤 했다. 한 줌 모래를 움켜쥐었는데, 어느새 보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이번 시즌 KIA 타이거즈의 5위 경쟁이 그랬다. 쌩쌩하게 달리다가도 급브레이크가 걸려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지난 10월 말 김기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KIA는 지난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나면서 분위기를 일신해 시즌을 시작했다. 당연히 은근한 기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김기태 감독은 물론, 타이거즈를 5강 전력으로 본 야구인은 전무했다. 아무리 전력을 뜯어보고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밑바닥 전력. 개막전부터 6연승을 달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 바로 5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KIA 야구에는 활력이 넘쳤다. 맥없이 주저앉은 게임도 적지 않았지만, 씩씩하게 달려들어 만들어 낸 극적인 승부가 많았다.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하며, 5강 싸움을 이어갔다. 추락과 반등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렇게 시즌 막판까지 5위를 쫓아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런데 모든 포커스가 '와일드 카드'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5위를 못하면 올시즌 KIA 야구는 실패가 되는 걸까. 아쉬움이 크다고 해도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

KIA는 21일 현재 133경기에서 63승70패, 승률 4할7푼4리로 7위에 자리하고 있다. 5~6위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에 반게임 뒤져있다. 팀 평균자책점 4.69(4위), 타율 2할5푼(10위), 126홈런(공동 6위), 593득점(10위), 105도루(5위), 60실책(10위)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보자. 우선 승률이 5푼 넘게 올랐다. 지난해 128경기에서 54승74패, 승률 4할2푼2리를 기록했다. KBO리그 9개 팀 중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년 연속 8위에 그쳤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팀 평균자책점 5.82(8위), 타율 2할8푼8리(5위), 121홈런(5위), 631타점(7위), 121도루(4위), 79실책(6위). 공격력은 중하위권을 수준이었고, 마운드 부진의 그늘이 깊었다.

올해 고질적인 마운드 불안이 개선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최악이었던 불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이 5.71로 8위였는데, 올해는 4.57으로 NC 다이노스(4.48)에 이어 3위다. 불펜이 버텨주면서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이 늘었다. 팀 실책의 감소도 눈에 띈다. 팀 최소 실책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기본 전력이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가장 큰 소득은 따로 있다. 참담했던 지난 3년간의 그림자를 털어냈다. 김기태 감독이 시즌을 시작하면서 선수들에게 당부한 말이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해보자"였다.

물론, 타선의 힘, 집중력은 아쉬움이 크다.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난 안치홍 김선빈, kt 위즈로 이적한 이대형의 공백이 컸다. 이들을 대체한 선수들이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으나 공격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속성'으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최근 몇 년간 주축타자로 활약했던 나지완의 추락은 예상밖의 일이었다.

'2015년형 KIA'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보여줬다. 중압감을 내려놓고 5위 경쟁에 임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