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넥센이 SK를 기록적으로 몰아붙였다. 전날까지 팀타율 3할1리(2위, 1위는 3할2리 삼성)인 넥센은 방망이 팀이다. 염경엽 감독 스스로도 '우리팀 정체성은 타격'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팀기록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개인기록에 도전하는 타자들이 많다. 홈런-타점왕 박병호, 안타왕 유한준, 신인 20-20에 도전하는 김하성. 23일 SK전에서 셋은 나란히 폭발했다. 상하위 타선에서 고루 터지자 SK 마운드는 버텨내지 못했다.
포문은 박병호가 열었다. 1회 1사 2,3루에서 좌익선상 2루타를 기록했다. 시즌 140타점. 2003년 삼성 이승엽의 한시즌 최다타점(144)에 4개 차로 근접했다. 9경기가 남았는데 산술적으로 149타점이 가능하다. 150타점 돌파 가능성도 있다. 올해 4번 박병호의 진정한 무서움은 개인 기록의 가치와 팀 가치를 절묘하게 조화시킨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3회 1사후 가벼운 스윙으로 좌전안타를 뽑아낸 뒤 대거 4득점을 만들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4회와 5회 볼넷도 안타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유한준은 역대 19번째 100득점-100타점에 득점 2개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또 176안타로 최다안타 1위. 유한준은 이날 안타 2개를 더했고, 1득점도 올렸다. 올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유한준에게 100득점-100타점은 몸값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훈장이다.
김하성은 전날까지 18홈런-20도루였는데 이날 3회말 좌중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2사 2루에서 SK 선발 박종훈의 몸쪽 낮은 120㎞ 커브를 받아쳐 좌중 담장을 넘겼다. 신인 20-20 클럽 가입에 홈런 1개만을 남겨뒀다. 김하성은 구자욱(삼성,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과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은 김하성, 중반은 구자욱, 후반은 박빙인 상태다. 20-20을 찍는다면 2할9푼대 타율의 상대적 약점을 메울 수 있다. 분위기를 바꿀 수있는 좋은 계기다.
SK는 마운드가 넥센 타선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선발 박종훈이 2.2이닝 동안 5안타(1홈런) 7실점으로 무너졌고,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채병용도 1.1이닝 3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11개의 4사구가 발목을 잡았다. 반면 넥센 선발 하영민은 든든한 타선 지원속에 6이닝 6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구원승 1승)으로 2승째를 따냈다. 염경엽 감독은 시즌 막판 승부처에 고졸 2년차 하영민(20)을 이날 투입하고 22일 상무에서 갓 제대한 김상수를 24일 SK전 선발로 넣기로 했다. 되는 집은 뭘 해도 된다. 하영민은 최고 시속 146㎞의 빠른 볼에 좌우 코너워크를 무기로 SK타선을 제압했다. 1회 3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자신감을 얻은 뒤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목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