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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노홍철, 히치하이킹보다 '진심'이란 차표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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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노홍철의 진심이 시청자들에 닿지 못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추석특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노홍철의 복귀 프로그램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제작진은 가능성에 빛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네 명의 청춘들과 음주운전 적발 후 자숙 중인 노홍철을 통해 희망을 잃은 이 시대 청춘들에 위로를 전하고자 했다.

포스트 봉준호를 꿈꾸며 충무로에서 방황하다 지금은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인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의 저자 태원준(34)은 잉여청춘들의 리더이자 멘토 역할을 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어 하루 끼니 때우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28), 한때 런웨이에서 김우빈, 이종석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지금은 그들과 전혀 다른 대우를 받으며 활동 중인 모델 겸 배우 송원석(28), 소위 S대생이지만 현실은 뽑아주는 회사가 없어 졸업도 미루고 있다는 '구직 유보자', 대학생 이동욱(26)이 함께했다.

기획의도는 좋았다. 제작진이 모티브를 얻은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만 봐도 기대는 커진다. 대학생들이 단돈 80만원으로 1년간 유럽배낭여행을 떠나며 겪는 생존기를 담아낸 영화는 개봉 당시 다큐 영화 부분 최단기간 2만 관객을 돌파하며 마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TV버전이 외면받는 이유, 무엇보다 노홍철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기획 의도와 달리 청춘들과 노홍철의 모습에서 위로나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잉여다, 아니다라는 설전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에 기준을 삼느냐에 따라 다르다.

'잉여'는 사전적으로 '쓰고 남은 나머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취업난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상당수 20~30대 청춘들은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부르고 있다. 고학력, 고스펙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꼭 잉여가 되는 것도 아닌 셈이다.

제작진은 "결국 스스로는 잠재력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잉여'로 분류되는 청춘들. 이것이 바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잉여'의 새로운 정의"라고 봤다. "'잉여'는 단순한 루저가 아니라 기회와 도전을 통해 빛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설명하에 출연자들은 바라보면 이들이 잉여라고 부를지 못할 것도 없다.

이들이 잉여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이 이들의 여정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아쉬운 점은 잉여를 자처하는 이들이 이 같이 시청자들이 잉여로 인정하기 어려워 할만한 스펙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과정이 충분히 공감가게 담기지 못한 부분이다.

노홍철 또한 마찬가지. 그가 스스로를 잉여로 자처하게 된 것은 결국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또 이후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때문에 노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잉여로 비쳐지기 보다는 일을 잠시 쉬고 있는 백수로 다가왔다.

어쩌면 이들이 쌓아온 스펙은 더욱 힘든 노력으로 얻어진 것일지도 모르고 그 때문에 더욱 아픈 잉여들일지도 모른다. 노홍철 또한 물의를 일으킨 뒤 오랫동안 자숙을 해 왔던 만큼, 이번 프로그램 출연은 신중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힐링 여행 콘셉트의 예능을 통해 방송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내린 결정이었음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방송에서 이 같은 진심이 다 드러나지 못했다. 20여일을 일정은 단 2회만에 담아내기에 무리가 있었던 걸까. 청춘의 무모한 도전,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물론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잉여들이라는 설득을 하지 못하면서 이후의 감동이 다소 반감 됐다.

시청자들의 마음으로 가는 길은 히치하이킹 보다는 진심이라는 차표가 필요할 것 같다.

ran613@sportschoc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