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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병, 로이스터 재영입이 특효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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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수 전 롯데 자이언츠 대표는 2012년 "20년 동안 우승을 못한 프로팀, 존재가치가 없다"고 했다. 1992년 우승 이후 20년 동안 우승못한 팀 상황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비장한 각오였지만 그로부터 3년, 롯데는 여전히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도 가을에 쉰다. 장 전 대표는 올초 kt가 최악의 성적을 거두자 한 지인에게 "내 발언이 재평가 받고 있다"고 농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구단 체제를 주장했는데 신생팀이 기대 이하 성적을 올리자 리그 확대를 반대한 자신의 발언을 떠올린 것이다. 동조하는 이도 꽤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만에 입장이 뒤바뀌었다. NC의 질주와 kt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 맞물려 힘겨운 5위 싸움을 하는 롯데현실에 대한 자조가 날아들었다.

충성도 최강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롯데는 늘 가을이면 도마에 오른다. 끊임없는 생채기는 봄이 되면 기대감에 새살이 돋지만 가을엔 어김없이 상처가 덧난다. 지난 5일 로이스터 전 감독이 한국에 왔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 로이스터 감독 재영입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병 특효약일까.

로이스터 감독은 골프 대륙 대항전(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대표팀간 경기)인 프레지던츠컵을 보러왔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로이스터 감독과 류 회장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로이스터 감독의 골프 사랑은 대단하다. 풍산 그룹 관계자는 류 회장의 VIP 초청명단에 로이스터 감독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해 줬다. 한국에 와서 다른 이를 만날 수는 있지만 방한 목적은 골프 프레지던츠컵 때문임이 확실하다.

롯데는 2010년 로이스터 감독과의 3년 인연을 끝냈다. 2008년 8년만에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게 해준 감독, 사직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든 주인공, 부산시장과 부산갈매기를 열창하던 이를 떠나보냈다. 매번 준플레이오프에 머문 단기전 역량부족이 원인이었다. 구단은 더 뜨거운 가을을 원했다. 이후 양승호 감독이 2년간 롯데를 포스트시즌까지 끌어올렸다. 양 감독은 정규리그 2위, 준플레이오프 통과로 성과를 냈지만 대학감독 시절 부정행위로 한순간 급전직하했다.

일부 롯데팬의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기대 저변엔 이종운 현 감독에 대한 염증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감독은 초보 감독의 한계를 보이며 때론 실망감을 안겼고, 선수단 관리에서도 다소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CCTV 사건으로 잔뜩 위축된 구단 프런트도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오면서 롯데에 변화 바람이 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할 것이라 마냥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올해 김성근 한화 감독은 SK 시절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팀이 바뀌었다고 해도 감독 한명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진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팀을 이끈 정규리그 5연패 사령탑인 류중일 삼성 감독. 카리스마로 팀을 육성시킨 김경문 NC 감독. 초보답지 않게 과묵한 카리스마의 김태형 두산 감독, 지략과 분석이 돋보이는 염경엽 넥센 감독, 시스템 야구를 부르짖는 김용희 SK 감독까지. 이들은 가을에 지략을 겨루는 행운아들이다.

5인5색 감독과 마찬가지로 우승으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다. 경로보다는 구단의 지원과 선수역량, 선수육성 시스템 등 타고가는 교통수단과 채비, 여비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감독의 진짜 역량을 체크하려면 앞뒤 3년을 봐야한다는 얘기가 있다. 무리하면 뒤탈이 생기고, 인내하면 내일이 밝아지는 측면도 존재한다. 로이스터의 업적도 홀로 만든 것은 아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온다면 분위기는 바뀌겠지만 롯데가 바뀔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해 좋은 신인을 성장시킬 수 없는 허술한 시스템, 린드블럼 아두치 손아섭을 제외하면 특A급 선수가 없는 척박한 현실, 최근 하위권이었음에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훈련량은 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감독만 바꾸고, 안되면 또 바꾸고. 미봉책만 거듭해선 20년 우승론이 30년 우승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구 모른다. 분명한 건, 세월 참 빠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