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의 정면돌파는 과연 성공할까.
하지만 상대가 '마피아'로 대변되는 공룡 조직 FIFA다. 제프 블래터 회장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있지만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다. FIFA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직이다. 그들의 입맛따라 요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존재하는 딴 세상이다.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정 회장이 후보 등록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FIFA 차기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 특별 총회에서 열린다. 이달 26일 후보 등록이 마감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출항도 하기 전에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FIFA 윤리위원회가 후보 등록도 못하게 정 회장에게 제재를 가할 움직임이다. 윤리위는 정 회장에게 19년 자격정지를 구형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회장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윤리위는 정 회장이 2022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700만달러(약 9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데 대해 15년 자격정지(외견상 이익 제공),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로 4년의 자격정지를 추진하고 있다. 합치면 19년이다.
'블래터 반대파'를 향한 전형적인 '핍박 전술'이다. 피해자도 있다.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의 반대편에 섰다. 그러나 선거도 치르지도 못하고 유권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며 영구제명을 당했다. 반전은 더 기가 막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함맘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FIFA의 조사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FIFA 회장 선거는 이미 끝난 뒤였다.
정 회장도 '윤리위의 덫'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형이 현실화 되면 FIFA 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 함맘 전 회장의 경우 청문회 다음날 곧바로 영구제명을 발표했다. CAS에 제소하더라도 언제 결정날지 모른다.
윤리위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정 회장의 승부수는 정면돌파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FIFA를 향해 날선 공세를 펼쳤다. "사람들은 FIFA 윤리위가 블래터 회장의 '살인청부업자'라고 말한다. 윤리위는 절대 블래터 회장을 공격하지 않는다. 블래터 회장에게 도전하는 사람만 괴롭힌다.", "윤리위의 청문회에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나의 후보 자격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FIFA 회장 선거를 훼손하고, FIFA 자체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 이번 FIFA 회장 선거는 한바탕 소극으로 끝날 위험에 처해 있다."
정 회장은 윤리위의 제재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집행위원이 자국의 유치활동을 돕는 것은 FIFA의 오래된 전통일 뿐 자연스럽고도 애국적인 행위다. 이런 활동을 금지하는 FIFA 규정도 없다. 또 2010년 FIFA는 나의 서한의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이 사안을 종결지었다"고 밝혔다. 제롬 발케 사무총장이 당시 정 회장과 한승주 유치워원장에게 보낸 '종결 서한'도 공개했다. 그리고 "윤리위가 제기한 외견상 이익 제공 혐의는 2012년에야 만들어진 규정이다. 2010년 사안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법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결국 기댈 곳은 국제 여론 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곧 FIFA에서 열릴 윤리위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미국, 스위스, 한국 변호사들이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5개국 축구협회의 추천을 받아야하고, FIFA와도 싸워야 한다. 2개의 전투를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양식이 살아있다고 본다. 그 사람들이 끝까지 방해하면 방법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양식을 믿고 FIFA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모든 가능한 법적인 채널을 동원해 후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 블래터 회장이 가하고 있는 흑색선전의 공격목표가 되었다는 사실은 FIFA 회장 후보가 되는 데 있어서 나의 가장 강력한 추천서인 셈이고 FIFA 개혁을 이끌 사람이라는 가장 훌륭한 증거"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FIFA에 맞선 정 회장의 '고독한 싸움'이 과연 어떻게 결론날까. 하지만 현재는 시계 제로의 안개 국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