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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용병, 가을잔치 활약이 몸값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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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post-season)은 말 그대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일종의 잔치 무대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트시즌은 1884년부터 1890년까지 7년간 열린 월드시리즈가 시초다. 당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양 리그 우승팀이 맞붙어 그해의 챔피언을 가렸는데 지금과는 달리 친선경기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다 1901년 발족된 아메리칸리그가 내셔널리그에 진정한 우승팀을 가려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1903년 도입한 월드시리즈가 포스트시즌의 공식적인 출발점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1950년 퍼시픽리그 출범과 함께 재팬시리즈가 만들어졌고, 국내 프로야구는 1982년 원년부터 한국시리즈가 개최됐다. 이후 한미일 프로야구는 팀수를 늘리면서 포스트시즌 개최방식을 다양화하며 팬들의 이목을 끌어들였다.

현대 야구에서 포스트시즌은 단지 우승팀을 가리는 축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천문학적인 액수의 중계권료가 걸려 있고, 재팬시리즈만을 치렀던 일본 프로야구도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도입하는 등 포스트시즌 규모를 늘리는데 힘쓰고 있다. 국내서도 10개팀 체제가 시작된 올해 4~5위팀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스트시즌에 도입해 관심을 유도했다.

포스트시즌의 위상이 해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성적에 대한 '상벌'도 커지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에는 배당금이 차등 지급되는데, 그보다는 성적에 따라 감독과 선수들의 계약 문제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포스트시즌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하거나 경질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포스트시즌 활약을 앞세워 재평가받은 감독이나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요즘은 FA 계약이나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에 포스트시즌 활약상이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스나이더의 경우 LG 트윈스에 몸담았던 지난해 정규시즌 타율 2할1푼으로 부진해 재계약 전망이 어두웠지만, 그해 포스트시즌서 타율 4할3푼3리, 2홈런, 6타점의 활약을 펼친 덕분에 올해 넥센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 활약상은 몸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나바로는 한국시리즈서 우승을 이끌며 MVP에 오르자 몸값이 뛰었다. 지난해 나바로는 정규시즌서 3할8리, 31홈런, 98타점을 올려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서 타율 3할3푼3리, 4홈런, 10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몸값이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나바로와 함께 삼성 우승을 이끈 윤성환도 마찬가지다. 윤성환은 한국시리즈서 통산 4승을 올렸는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만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38의 뛰어난 투구를 펼치며 스토브리그서 4년 80억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시리즈서 강력한 모습을 보인게 '+알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FA 계약을 앞둔 선수들과 재계약을 바라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FA 예정인 선수는 두산 베어스 김현수 오재원, 넥센 손승락 유한준 이택근, 삼성 박석민 이승엽 등이다. 3년만에 가을 잔치무대에 오른 SK 와이번스에도 정우람 박정권 정상호 등 FA 예정자들이 있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딱 한 경기만 치른데다 대부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포스트시즌 후광은 미미할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들 중에는 두산 니퍼트, 넥센 밴헤켄와 피어밴드, 스나이더, NC 해커와 스튜어트, 삼성 피가로와 나바로 등이 이번 포스트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니퍼트는 정규시즌서 잦은 부상 때문에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 3경기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호투를 펼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반면 정규시즌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4.76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피어밴드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4이닝 동안 제구력 난조로 101개의 공을 던지고 2실점한 뒤 강판해 실망감을 안겼다. 스나이더는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1회말 결정적인 2루타를 터뜨렸지만, 준플레이오프 들어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는 상황이다.

NC와 삼성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정규시즌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지만,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서 실력을 재확인하고 싶어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