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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날아간 비디오 찬스와 김현수 손짓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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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도 헷갈렸다. 김현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9회 나왔다. 이른바 오재일(두산) 사구 논란이다. 오재일은 조상우(넥센)의 슬라이더에 왼 발등을 맞았다. 이영재 주심은 맞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오재일은 펄쩍펄쩍 뛰었다. 1분 가까이 항의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벤치에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산은 1회 이미 김현수의 포구 과정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한 경기에 1번 뿐인 기회. 일찌감치 사라진 뒤였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 의견이 엇갈렸다. 1회 김현수가 오른 손을 격하게 흔드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서로 생각이 달랐다. 크게 세 가지 의견이 나왔다. 하나, 두산 벤치를 향한 손짓. 둘, 트레이너에 보낸 신호. 셋, 심판에게 건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었다.

먼저 '두산 벤치'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김현수는 1사 1루에서 윤석민이 친 강한 타구를 빠르게 달려들어 포구했지만 곧장 펜스에 부딪히며 공을 놓쳤다. 그 순간, 연결 동작으로도, 아예 다음 동작으로 볼 수도 있는 그야말로 '애매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두산 쪽도 넥센 쪽도 선뜻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심판은 판정은 안타였다. 하나의 연결 동작으로 인정했다. 이는 TV 중계 느린 화면으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김현수의 오른손이 글러브 속에 들어가 송구를 할 준비를 했다면 포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심판에게 체크를 하러 나왔을 때 김현수가 손을 흔들며 '비디오 판독을 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는 게 첫 번째 의견이었다. 언뜻 보기에 상당수가 그런 줄 알았다. 통상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경우, 아니다 싶으면 선수는 손을 흔들거나 두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X자 표시를 만든다. 타이트한 단기전 승부. 그것도 1회. 비디오 판독 기회가 워낙 소중해 김현수가 '안 된다'는 제스처를 했다는 의견이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다음, 트레이너를 향한 신호다. 김현수는 1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2-2로 맞선 5회말 1사 만루, 오재원의 중견수 뜬공이 나오자 3루에 있던 그는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넥센 포수 박동원과 충돌했고 김현수는 득점을 올린 뒤 왼 발목과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괜찮다"고는 말했지만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그런 두산의 4번 타자가 또 한 번 펜스로 돌진했다. 고통을 호소한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허슬 플레이였다. 당연히 두산 벤치는 긴장했다. 홍성대 트레이너는 곧장 외야 쪽으로 달려갈 준비를 했다. 그 순간, 김현수가 '안 다쳤다'는 사인을 손을 흔들며 보냈다는 게 두 번째 의견이다.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 취재진이 꽤 됐다.

마지막, 심판에게 건넨 메시지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이 의도가 맞았다. 두산 관계자는 "글러브 속에 완벽히 공이 들어갔기 때문에 선수는 무조건 포구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심판이 두 팔 벌려 안타로 인정하자 김현수는 물론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격수 허경민도 아웃이 맞다는 의견을 보낸 것이다"고 밝혔다.

이 의도가 중요한 것은 두산이 여기서 비디오 판독 기회를 놓치며 9회 오재일의 사구 때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의도로 확인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김 감독이 선수의 뜻에 따르지 않고 무리한 판독 요청으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2대5 패배에 따른 비난이 감독에게 쏟아질 꺼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김현수가 이와 같은 사인으로 억울함을 호소했고, 감독은 당연히 선수 입장에서 판독을 요청했다. 9회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상황이었지만 해도 김 감독이 경기 후 "아쉽지만 괜찮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 감독, 심판의 손짓 발짓 몸짓에 모든 관심이 쏟아지는 포스트 시즌이다. 단순히 드러난 결과보다 '왜'라는데 초점을 맞춰 복기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단기전이다. 3차전 패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두산의 1회 비디오 판독. 선수는 그럴 만 했고, 김태형 감독의 판단도 옳았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성급했다"라는 지적이 있지만 두산 벤치는 선발 유희관이 연속 3안타를 맞고 있는 위기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