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다.
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막판 또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의 문을 연 17일 전북과의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신진호의 결승골로 1대0 신승을 거뒀다.
5연승을 달린 포항은 1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질주했다. 포항은 7월 8일 제주에 3대4로 패한 뒤 8승5무를 기록 중이다.
이젠 2위도 넘볼 수 있는 경계선까지 다가섰다. 포항은 16승11무7패(승점 59)를 기록, 2위 수원(승점 60)과의 승점차를 1점으로 좁힌 상태다.
포항이 지난 13경기 동안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은 원동력 중 하나는 3실점밖에 하지 않은 수비력을 꼽을 수 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플랜 B가 통했다. 황 감독은 여름을 기점으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내심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시즌 내내 자리잡지 못한 외국인 스트라이커 라자르를 활용한 원톱 전술에 변화를 줘 공격력을 좀 더 향상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황 감독의 선택은 '수비 강화'였다. 우선 최전방부터 변화를 꾀했다. 황 감독은 라자르 대신 박성호를 투입, 국내 선수들이 느끼는 수비 부담을 줄였다. 중원에도 칼을 댔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원 볼란치'로 바꾸었다. 4-2-3-1 포메이션을 4-1-4-1로 변화시켰다. 베테랑 황지수와 김태수에게 번갈아가며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부여했다.
특히 포백 조직력도 끌어올리는데 신경을 썼다. 센터백 자원인 배슬기 김원일 김준수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유도했다. 또 '최재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조찬호(수원)와 맞임대된 최재수가 부상 중이던 김대호의 빈 자리를 잘 메웠다. 특히 최재수는 제로톱의 날개를 달 폭발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서도 힘을 불어넣었다. 김대호는 부상에서 돌아온 뒤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풀백에선 박선용이 제 몫을 다했고, 간간이 센터백 자원인 김준수도 박선용의 대체자로 물샐 틈 없는 수비를 보여줬다.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도 무시할 수 없다.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무실점을 기록한 신화용은 19일 현재 16경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역대 최다 무실점 경기수(14)를 훌쩍 넘어섰다. 황 감독도 "화용이도 지난 13경기에서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황 감독의 색다른 시각이 포항의 용광로에 기름을 부은 모습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