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아쉽다.
SBS '아빠를 부탁해'가 1일 종영한다. '아빠를 부탁해'는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관찰 예능이다. 지난 설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되자마자 1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불러왔고 결국 지난 3월 21일부터 정규 편성을 받았다.
첫 시작은 신선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소원해진 아빠와 딸이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이 동질감을 불러왔다. 가부장적이고 꽉 막힌 아빠가 딸과 소통하면서 자상하고 열린 아빠로 바뀌는 과정은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에 감정을 이입하게 했고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했다.
그러나 여지없이 논란은 야기됐다. 연예인 세습 논란이다. 연예인 데뷔를 꿈꾸는 2세들이 아빠의 유명세와 방송 파워에 힘입어 손쉽게 데뷔 기회를 잡았다는 것.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가족들은 거의 연예인 지망생이다. 이경규 딸 이예림, 조재현 딸 조혜정, 이덕화 딸 이지현 모두 연영과 출신으로 연예인 데뷔를 희망하고 있거나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무관한 가족은 오직 박준철 박세리 부녀 뿐이다. 이때문에 프로그램 정규 편성 이후 자녀들에게 데뷔 기회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우려는 사실이 됐다. 조재현 딸 조혜정이 방송 중 MBC 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 주연으로 발탁되는 등 캐스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실 조혜정은 최근 OCN 드라마 '신의 퀴즈4' 정도에 얼굴을 비춘 생 신인이다. 그런데 방송 출연과 함께 줄줄이 주연으로 기용되는 일이 과연 부모 후광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스타 2세들이 부모파워에 힘입어 손쉽게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연기자 지망생이나 신인 배우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반대 여론도 있었다. 연예계에서 부모의 입지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어느 정도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순 있겠지만 그것이 꼭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일반인 가족으로 프로그램을 길게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스타 가족의 이미지 소모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시청자의 흥미나 호감도는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시청률도 하락하게 됐다.
'아빠를 부탁해'는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과연 시즌2는 보다 새로운 얼굴로 이런 금수저 논란을 빗겨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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