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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베일벗은 이대은, 한국야구 자산으로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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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에 따르면 1994년 박찬호부터 올해 1월 강정호까지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총 77명에 이른다. 이들이 모두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대부분 중도 하차의 좌절을 겪고 국내로 돌아오거나 유니폼을 벗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더 넓고 높은 무대를 향한 꿈이 도전 정신을 북돋웠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특히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나가 성공한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한 야구인은 "얼마나 많은 유망주들이 밖으로 나갔는가. 하지만 성공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선수는 박찬호와 추신수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아마추어 유망주의 무분별에 가까운 해외 진출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국내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들어 왔다. 언제부터인가 프로야구 신인왕 중에 '진짜 신인'이 없어졌다. KBO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재학 이상의 과정을 밟은 뒤 외국 프로야구 구단과 계약을 한 선수에 대해 복귀시 2년간 국내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즉 외국 프로야구 구단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2년이 경과해야 국내에서 뛸 수 있다. 여기에서 '외국'이란 한국과 선수계약협정을 맺은 미국과 일본, 대만을 뜻한다. 현행 야구규약 105조 2항의 내용이다.

지바 롯데 마린스 한국인 투수 이대은은 신일고 3학년이던 지난 2007년 6월 81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미국 야구에 진출한 34번째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는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하고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마이너리그 7년 동안 135경기(선발 121경기)에 출전해 40승37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한 뒤 일본으로 방향을 틀어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올시즌 이대은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7경기에서 9승9패, 평균자책점 3.84로 성공 가능성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런 이대은이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슈퍼시리즈에 등판하자 팬들의 이목이 쏠린 것은 호기심과 기대감 때문이었다. 배우를 해도 될 정도의 수려한 외모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4이닝 동안 무안타 무4사구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 2007년 이후 이대은의 실전 피칭이 국내 팬들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경기는 공중파 TV로 생중계됐다. 최고 153㎞의 빠른 공과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 인상적이었다.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그 정도는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좋은 투구내용이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선발 김광현과 이대은, 둘 다 잘 던졌기 때문에 개막전 선발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신일고 졸업후 8년이 지난 이대은의 현재 상태는 '양호'를 넘어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 이대은은 자신이 한국 야구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걸 이날 쿠바를 상대로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런데 이대은은 아직 군복무를 마치지 않았다. 일본에 남든,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든, 국내로 돌아오든 군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과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대은에게는 오는 2018년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이 기회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하고, 이후 어느 팀에 있든 정상급 실력을 갖췄음을 보여야 한다.

그가 한국 무대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선수 본인의 몫이다. 앞서 언급했듯 규정을 따르면 2년간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 미국, 일본, 대만이 아닌 제3국, 예를 들면 호주나 멕시코 등 다른 리그에서 2년을 뛰고 국내 드래프트(신인 2차지명)를 노크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 2년을 군 복무에 쓰는 방법도 있다. 지난 8월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kt 위즈의 선택을 받은 남태혁이 그런 케이스다.

일본 언론은 이대은이 지바 롯데와 내년 재계약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대은의 꿈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당장은 프리미어12에서 잘 던지는 것이 목표다. 어쨌든 이날 고척돔 개장경기서 한국야구는 매력적인 선수 한 명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