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은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 첫 판에서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일본을 상대로 적지에서 0대5 완패를 당했다.
일본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에게 6이닝을 끌려다닌 점과 단 1점도 뽑지 못한 걸 감안하면 졸전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여러 측면에서 이번 일본전은 한국 쪽에 승산이 높지 않았던 매치업이었다. 따라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 완패한 게 분할 수는 있지만 지나칠 정도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한국(세계랭킹 8위)은 앞으로 이번 B조 조별예선에서 네 경기를 더 해야 한다. 이제 무대를 삿포로에서 대만 타이베이로 옮겨 당장 11일 도미니카공화국(6위)와 두번째 경기를 갖는다. 그리고 베네수엘라(10위), 멕시코(12위), 미국(2위) 순으로 맞붙는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우선 1차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다. 최소 3승 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전 패배의 충격은 2013년 1라운드 예선 네덜란드전 완패(0대5)에 비할 바는 아니다. 네덜란드전 패배는 예상 밖의 결과였다. 또 3경기 중 첫 패라 그 부담이 컸다. 한국은 당시 호주(6대0)와 대만(3대2)을 차례로 제압, 2승1패로 호주 네덜란드와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 다음 순위 결정 방식인 '팀성적지표(Team's Quality Balance)'에서 밀려 3위로 예선탈락했다. 네덜란드전 완패가 결국 마지막 순위 결정 과정에서도 한국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질 경우 만약 동률 팀이 나올 경우 'TQB'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전력상 B조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일본이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조별예선에서 한국과 동률이 돼 순위를 결정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표팀은 '대회 첫 경기 패배' 징크스는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주목할 성적들을 많이 남겼다. 그런데 실패라고 평가되고 있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동메달)과 2013년 WBC대회(1라운드 탈락)에선 첫 경기에서 패했던 경험이 있다. 도하아시안게임에선 대만에 2대4로 졌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 도미니카와의 2차전을 앞두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대표 선수들은 일본전 완패를 잊을 수 없다. 하지만 8강 넘어 4강 이상에서 일본과 다시 싸우기 위해선 조별예선 남은 4경기에서 선전이 필수 요건이다. 일본전 처럼 투타 밸런스가 무너질 경우 대만에서 한국야구 역사에 참패 기록을 새로 추가하게 될 것이다. 타이베이(대만)=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