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대전 시티즌이 사실상 강등을 확정지었다. 대전은 승점 19(4승7무25패)를 기록, 12위에 처져있다. 11위 부산(승점 25)과는 6점차다. 남은 2경기에서 부산이 모두 패하고, 대전이 모두 승리해 같은 승점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골득실(부산 -24, 대전 -37)차가 너무 크다. 부산이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따내도 대전은 자동 강등이다.
지난 시즌 대전은 압도적인 모습으로 K리그 챌린지를 정복했다. '괴물' 아드리아노를 중심으로 한 공격축구로 일찌감치 승격을 확정지었다. 시즌 내내 긴축 경영을 시행하며 구단 재정도 부쩍 좋아졌다. 성적과 재정,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전은 시민구단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1년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시작은 겨울이었다. 대전의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세환 전 사장이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임이었지만, 지방 선거 결과에 따른 사실상 경질이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개혁을 이끌었던 김 사장의 부재로 대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뇌부의 공백으로 제대로 된 전력보강을 하지 못했다. 챌린지 우승 당시 핵심 전력들이 떠났지만 이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대전은 선수단 부족으로 동계훈련에서 연습경기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대전은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선수 영입은 제쳐두고 '주포' 아드리아노의 재계약에만 목을 맸다. 결과적으로 아드리아노를 잡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다른 팀이 이미 팀 전력을 완성한 2월에서야 아드리아노 합류가 확정됐다. 대전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다른 외국인 선수들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시간에 쫓겨 영입한 선수들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일리 만무했다. 동계훈련을 하지 못한 아드리아노도 팀과 엇박을 보이며 챌린지 시절의 활약을 재연하지 못했다.
부실한 겨울을 보낸 결과는 참혹했다. 대전은 초반부터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베스트11 꾸리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어떤 축구가 대전의 색깔인지 알 수 없었다. 패싱게임이라는 비전을 앞세워 팀을 다진 같은 승격팀 광주와 대비됐다. 지난 3월15일부터 꼴찌로 추락해 한번도 순위를 위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25라운드까지 대전이 거둔 승수는 단 1승이었다. 팀이 추락하는 가운데 프런트는 노사 갈등으로 흔들렸다. 전득배 사장은 선수선발위원회의 해체, 사무국에 옥녀봉공원 관리팀 신설, 사무국장의 부활 등의 안건을 제시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시도했다. 대표이사의 안건을 우려한 구단 직원들이 반대에 나섰고, 갈등은 지속됐다.
대전은 6월 조진호 감독 대신 최문식 감독을 임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미 팀이 너무 많이 망가진 뒤였다. 대전은 최 감독 부임과 함께 프런트를 개편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최 감독식 축구가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다. 대전은 스플릿 이후 2연승을 달리는 등 잔류의 마지막 불씨를 살렸지만, 이미 너무 많은 승점을 잃었다. 시작부터 꼬인 대전에게 강등은 너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