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는 끝났지만 여운은 가시지 않는다. 결승전(21일)이 끝나고, 대표팀이 귀국(22일)했어도 주변에서는 여전히 프리미어 12 얘기다. 한국의 초대 챔피언 등극은 그만큼 '이변'이자 '쾌거'였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부상 선수 속출, 원정 도박 파문 등으로 핵심 선수 몇 명이 빠졌다. 준비 기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훈련이 시작됐고, 두산과 삼성 선수들은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대표팀에 합류했다. 애초 결승 진출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우승이 놀라운 이유는 또 있다. 원래 베스트 전력이 아닌 데다가, 28명 엔트리에 든 선수들마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인식 호' 트레이너로 선수들의 몸을 책임진 조대현 NC 트레이닝 코치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치료실 '단골 손님'이 꽤 됐다"는 표현을 썼다.
조 코치는 24일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치른) 두산 선수들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아픈 선수도 많았다"며 "양의지는 발가락, 김재호는 양쪽 종아리, 민병헌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발등 부상을 당했다. (민)병헌이의 경우,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참고 출전했다"고 밝혔다. 설명은 계속됐다. "강민호는 허리, 박병호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좋지 않았다. 이대호는 재팬시리즈 때 입은 손바닥 부상이 낫지 않았다. 준결승까지는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출전했다. 투수 쪽을 봐도 불펜진은 대회 초반 회복 훈련 위주로 스케줄을 짤 정도였다. 다행히 대회 중반부터 몸이 올라왔고 선수들의 밸런스가 좋아지는 걸 느꼈다. 이대은의 경우에는 골반이 뻣뻣해 더 신경 써서 관리를 했다."
이런 선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조 코치의 마음은 편할 리 없다. 그 중 테이블세터 이용규는 누구보다 안타까운 선수였다. 이번 대회 정근우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꾸린 이용규는 준결승까지 팀이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 출전해 24타수 4안타, 타율 1할6푼7리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2할5푼9리, 장타율 1할6푼7리. 베네수엘라 전에 앞서 몸살 증세에 급체까지 하며 컨디션이 뚝 떨어진 결과였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치며 부진을 만회하기 전까지는 마음 고생이 심했다.
조 코치는 "흔히 몸살을 한 번 앓고 나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다. 회복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용규도 며칠 힘들어 했다. 그러다가 막판에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스케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의 '꼼수'로 제대로 된 치료조차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스프링캠프에 온 줄 알았다. 국제대회라고 하면 스케줄에 여유가 있고 주변 환경도 좋은데, 이번 대회는 아니었다"며 "이동도 많고 스케줄이 빡빡했다. 선수를 치료할 시간도 부족해 새벽 2시까지 일한 날도 꽤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우승을 했다. 일본의 콧대를 꺾고 조별리그에서 패한 미국을 결승에서는 8대0으로 대파했다. 조 코치는 "선수들이 대단하다. 메리트가 없는 대회에서 다들 우승하자고 힘을 모으더라"며 "버스 안에서는 이대호, 정근우가 기를 살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형제처럼 서로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대호, 정근우, 이용규는 밥값으로만 많은 돈을 썼을 것이다.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이번 대표팀은 언제나 분위기가 최고였다"면서 "흔히 말하는, 성적이 아주 좋은 팀이 연승을 탈 때 느낌이었다. 지친 상태로 이 정도 경기력을 보이니 놀라웠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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