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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마을' 문근영 "스토리에 푹~ 연기보다 범인 추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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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시청자의 마음을 뜨겁게 울린 한 편의 명품 드라마가 탄생했다.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명작. 그 안에는 배우 문근영(28)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3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SBS 미스터리 트랩 스릴러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 도현정 극본, 이용석 연출). 문근영이 지난 2013년 종영한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이후 2년 만에 복귀한 작품으로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극 중 언니 김혜진(장희진)의 죽음에 의심을 가지고 아치아라 마을 속 비밀을 파헤치는 해원중고 영어 원어민 교사 한소윤을 연기한 문근영. 그는 이야기 전체의 키 플레이 역할을 맡아 시청자와 함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나갔다.

일찌감치 '마을'의 도현정 작가와 이용석 PD는 출연하는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에게도 김혜진을 죽인 살인범에 대해 일절 함구해 보안을 유지했다. 덕분에 배우들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매회 던져지는 힌트를 추리해 나가며 살인범의 실체를 찾아 나서야 했다는 후문이다.

"처음에는 대본을 10회까지 읽으면 살인범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자만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10회를 넘어서도 누가 살인범인지 알 수가 없는 거죠. 배우들끼리 '13회 정도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했는데 결국 13회도 아니었어요. 나중에는 살인범을 찾는다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대신 '살인범은 왜 혜진을 죽였을까?'라는 고민에 빠졌죠. 이용석 PD를 취조해보기도 했는데 절대 넘어오지 않더라고요. 모두 16회 최종 대본을 보고 살인범의 정체를 알았어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마을' 때문에 살인범 찾기는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문근영. 마치 추리소설에 빠진 소녀처럼 완벽하게 몰입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혜진의 엄마가 뱅이 아지매(정애리)가 아닌 윤지숙(신은경)이었던 대목은 '마을'의 가장 큰 반전으로,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안겼다는 것.

"혜진의 친엄마가 지숙이었다는 게 밝혀졌을 때 정말 많이 놀랐어요. 첫 회에 혜진이와 지숙이 싸우는 이유가 단지 불륜으로 인한 싸움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거든요. 혜진이와 지숙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았고 당연히 '딸은 아니겠지' 생각했거든요. 상식선으로는 상상도 못 했던 반전이라 깜짝 놀랐죠."

이렇듯 정답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회 대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떤 작품보다 재미있었다는 문근영은 누구보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 '마을'의 열혈 팬이었다고. 엔딩까지 모두 털어내고 나니 이야기 전체가 납득이 갔다고 전했다.

"이번 회차 대본을 읽고 나면 다음 회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연기에 집중한 것보다 범인을 추리하는 데 더 집중한 것 같아요(웃음). 캐릭터로 봤을 때는 아쉽고 속상했던 부분도 없지 않았거든요. 소윤이 매일 마을의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사건을 캐묻고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나 감정선이 친절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부분조차도 16회 엔딩을 통해 많이 위안을 받았어요. 부족한 간극을 16회에서 많이 메꿔진 것 같아요. 스스로도 16회를 통해 정리됐어요. 소윤이라는 캐릭터나 마음도요."

끝을 알 수 없는 '마을'의 전개에 많이 혼란스러웠다는 문근영. 처음부터 워낙 촘촘한 전개를 보여 "과연 16회까지 이러한 긴장감을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곳곳에 던져둔 힌트를 다 수습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다는 문근영이다.

"흔히 밑밥, 떡밥이라고 하잖아요. 하하. 드라마 전반에 밑밥과 떡밥을 잘 깔아놨는데 이걸 잘 회수해야 '마을'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안될까 봐 조마조마했죠. 드라마를 이끄는 배우로서 도현정 작가가 엔딩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불안하기도 했죠(웃음). 이랬던 제가 16회 대본을 받자마자 '괜한 걱정이었구나' 후회했죠. 그냥 저희만 잘 연기하면 됐었어요. 물론 시청자가 원하는 더 좋은, 더 기발한 엔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마을'의 진심이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 기절초풍할 반전 보다는 어느 정도 사건을 정리해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이만하면 떡밥도 많이 회수했고요."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