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과 2016년 삼성은 모든 것이 바뀐다고 봐야 한다. 프런트, 선수단, 구장까지.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직속의 계열사에서 제일기획 소속으로 이관돼 관리체계가 달라진다. 선수단은 위기다. 2년연속 외부 FA영입이 없는 상황에서 팀의 주축선수 4명이 떠났다. 윤성환 임창용 안지만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한국시리즈에서 뛰지 못했다. 임창용은 방출, 윤성환과 안지만도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내야 핵심전력 FA박석민도 NC로 떠났다. 둥지도 옮긴다. 낡은 대구구장을 뒤로하고 새 구장으로 이사간다. 구단이 통째로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왕조를 구축한 팀이다. 해태-현대-SK-삼성으로 이어지는 강팀 계보에서도 단연 최강으로 불리웠다. 올해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이다. 신인왕 구자욱을 비롯해 계속해서 좋은 자원들도 나왔다. 향후 몇 년간 삼성의 야구판 주도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상황속에 내년에도 삼성이 야구판을 쥐락펴락할 지는 아무도 장담못한다. 현재로선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쪽으로 살짝 기운다. 수성하려면 비상한 마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력을 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은 통합마케팅을 통한 구단의 자생력 강화를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보다 지출이 큰 야구단 구조를 한 순간에 뜯어고칠 수는 없지만 합리화라는 명목 아래 구단 씀씀이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은 지난 몇 년간 최대 규모의 살림살이를 꾸려간 팀이다. FA 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수 싸움에서도 타구단에 크게 뒤져본 적이 없다.
우승이 너무 잦아 선수 연봉이 크게 올라간 것도 사실이지만 필요한 곳에는 늘 과감한 투자를 해 왔다. 그룹 직속일 때는 계열사로부터 십시일반 광고료나 협찬료를 넉넉하게 받아 '큰손'으로 군림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사업의 타당성 재고는 물론이고 선수영입에서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구단 경영이 능률적으로 변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리그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크다. 그 간극을 슬기롭게 메울 복안이 필요하다.
선수단은 비상체제다. 임창용의 국내리그 강제 은퇴에 이어 안지만과 윤성환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경찰조사가 본격화돼 본인들이 혐의사실을 시인하거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되면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구단은 이들의 혐의에 대해 단호하게 규정대로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안지만과 윤성환은 올해가 FA 4년계약 첫해였다. 안지만은 65억원, 윤성환은 80억원에 도장을 찍은 바 있다. 내년부터 3년간 더 활약할 수 있는 팀의 기둥같은 선수들이다.
다수의 야구인들은 윤성환 임창용 안지만이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다면 삼성의 우승가능성이 오히려 높았다고 말한다. 부상에서 쉬었다가 돌아온 피가로 대신 가을야구 1선발 윤성환이 나섰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거라는 얘기다. 윤성환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따냈다. 안지만과 임창용도 리그 최강급 필승조다. 이들이 사라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도 우승을 내줬다.
내년 이들 3인에 박석민의 공백까지 고민해야할 처지다. 박석민에게 소극적인 베팅을 한 것은 삼성의 변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외국인선수 영입에서도 초대형 선수는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삼성야구는 강력한 선발마운드와 지키는 야구에 막강 방망이까지 자랑했었다. 내년에도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지는 의문이다. 호시탐탐 삼성을 노리던 타팀들이 한층 더 의욕을 가질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개장하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기존 대구야구장보다 규모가 크다. 중앙이 122m, 좌우가 98m다. 좌중간과 우중간도 대구야구장보다 깊다. 투수들은 좀더 마음이 편하겠지만 타자들은 새롭게 적응할 부분이 생겼다. 삼성이 하루아침에 약팀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예전처럼 '언터처블' 최강 삼성으로 남긴 어려운 조건들이다. 야구판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