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은 절친한 사이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2006년부터 K리그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쌍용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2009년 여름, 둘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으로 이적했다. 한 둥지에서 자란 두 친구는 이렇게 각자의 축구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3년의 시간이 지났다. 2012년 9월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셀틱을 떠나 스완지시티(이하 스완지)에 입단했다. 오매불망하던 쌍용의 만남이 성사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해 이청용의 소속팀인 볼턴이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되면서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됐다.
또 다시 3년이 흘렀다. 2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파크에서 벌어진 크리스탈 팰리스와 스완지의 2015~2016시즌 EPL 19라운드. 기성용과 이청용은 나란히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쌍용 더비'에 주목했다.
기성용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후반 11분 존 조 셸비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정확한 패스와 안정적인 볼키핑으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청용이 화답했다. 이청용은 후반 26분 왼쪽 측면 공격수로 투입됐다. 약 20분의 시간. 기성용과 이청용은 적이 되어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다.
첫 쌍용 더비는 0대0으로 끝났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오래 기다렸던 만남치고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까. 경기가 끝난 후에도 쌍용이 내뿜었던 거친 호흡이 공기 중에 맴돌았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진작 만났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기성용의 첫 마디였다. 기성용은 경기 종료 후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청용이랑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있었다. 따로 플레이 하는 게 어색하고 다른 팀에서 만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났다는 게 뜻 깊었다"고 말했다. 유망주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는 이제 20대 후반이 됐다. 기성용은 "서로가 30대를 향해 가고 있다. 어렸을 때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늦었지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로 맞붙는게 어색하기는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이청용은 "성용이와 처음으로 경기를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기여서 기분이 남달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성용이가 들어간 이후 우리팀(크리스탈 팰리스)이 굉장히 힘들어졌기 때문에 (기성용이)전반부터 안 나온게 다행인 것 같다"며 엄지를 세웠다.
쌍용의 첫 만남과 함께 2015년이 저물었다. 기성용과 이청용의 2016년은 어떤 그림일까. '따로 또 같이'하는 쌍용의 축구인생 2막은 지금부터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