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KBO리그 신인왕은 주로 군 복무를 마친 중고 신인들에게 돌아갔다. 아마추어 야구와 프로의 간격이 높아지고 넓어지다보니 고졸, 대졸 루키가 데뷔 시즌에 1군에 안착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신인 선수의 1군 스프링캠프 합류가 뉴스가 될 정도다. 기존의 1군 전력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어,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넘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눈에 띄는 자원들이 있다. 시범경기에서 잠재력과 경쟁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개막전 엔트리 진입까지 노리고 있는 루키, 젊은 유망주들이다. 첫 해부터 1군에서 기회를 잡는다는 건, 한발짝 앞선 출발을 의미한다.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26일 넥센 히어로즈와 시범경기 최종전을 앞두고 "젊은 신인 투수들을 개막전 엔트리에 넣겠다"고 했다. 고졸 루키 최지광과 장지훈을 염두에 둔 말이다. 두 선수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치는 동안 계속해서 주목받았다. 부산고를 졸업한 최지광은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에 내정될 정도로 코칭스태프의 기대가 크다. 갑자기 목을 다쳐 선발 등판은 무산됐으나, 중간계투로 꾸준히 출전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4경기, 3⅔이닝을 던져 1홀드를 기록했다. 김한수 감독을 비롯한 삼성 코칭스태프는 "신인답지않게 씩씩하게 제 공을 던진다. 경기를 끌고가는 능력이 있다"며 최지광을 칭찬한다. 김한수 감독은 "최지광을 1군에서 선발 후보로 관리할 지, 아니면 중간계투로 쓸 지 차후에 밝히겠다"고 했다.
삼성이 신인 1순위로 뽑은 경주고 출신 장지훈도 주목할만 하다. 두 선수의 중용은 삼성 마운드 세대교체와 맞물려 있다. 이들 두 루키 투수가 1군에서 자리를 잡아준다면, 마운드 운용 폭이 넓어져 투수력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장정석 히어로즈 감독은 외야수 이정후를 개막 엔트리에 넣을 생각이다.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로 유명세를 탔는데, 실력으로도 능력을 입증했다. 장정석 감독은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줄은 생각 못했다. 아직 수비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타격 센스만큼은 정말 뛰어나다. 시범경기에서 처음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정말 잘 공략했다. 강병식 타격 코치의 조언에 따라 체중을 늘려 파워도 좋아졌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이 놀랍다"고 했다.
그렇다고 당장 1군 주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종욱-이택근-대니 돈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이 견고하다. 장정석 감독은 "좋은 외야수, 대타 요원이 많아져 행복한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시범경기 때 좋은 모습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기회가 주어진만큼 그 이상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고, 경험이 보태져야 한다. 그는 시범경기 12경기에서 타율 4할6푼9리(32타수 15안타) 4타점 9득점을 기록했다.
이들 외에도 개막 1군 엔트리 얘기가 나오는 신인들이 더 있다.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박진태는 건국대 졸업한 루키. 신인 지명 때부터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았다. 시범경기 5게임, 4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홀드-평균자책점 3.86. 롯데 자이언츠 포수 나종덕과 내야수 김민수,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김명신, kt 위즈 외야수 홍현빈 또한 데뷔 시즌 1군 출발을 노리고 있다.
이제 시범경기 리허설이 끝나고, 본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고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