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
지난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감상한 한 두산 팬 네티즌의 댓글이다.
다 이겨놓은 것 같은 경기에 9회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 10회말 역전의 위기에서 겨우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같은 위기는 고스란히 불펜이 자초한 것이었다.
위기는 유희관이 총 100개의 공을 던지고 1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후 부터 시작됐다. 유희관이 마운드에 섰을 때 넥센의 타자들은 단 4안타만 겨우 뽑아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이 내려간 후 6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3-0으로 앞서던 8회 마운드를 유희관에게 넘겨 받은 이용찬은 ⅔이닝동안 1실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록보다 더 나빴다. 이용찬은 첫 타자인 대타 이택근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내주고 이정후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 돌렸다. 하지만 곧장 김하성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내주며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여 3-2를 만들어줬다.
9회에도 위기는 이어졌다. 이용찬은 윤석민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허용하고 허경협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며 무사 1,2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바뀐 투수 이현승은 김민성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맞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 10회에 돌입했다. 10회초 두산이 1점을 내 4-3으로 앞섰지만 다시 위기가 왔다. 이현승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놓고 김지수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이날 한차례 공을 몸에 맞은 바 있는 허정협에게 다시 실투를 하자 이현승은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다. 그리곤 허정협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역전주자까지 내보낸 상황에서 채태인을 맞은 이현승은 볼카운드 1B2S에서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타자는 이를 놓치지 않고 우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민병헌이 보살로 홈에서 김지수를 아웃시키지 않았으면 다시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김지수가 3루에서 멈춰 2사 만루 상황이 됐더라면 이현승은 점수를 내주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었을까. 이날 그의 컨디션을 봤을 때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다.
두산의 불펜은 거의 매 경기 불안함을 노출하고 있다. 타선이 득점에 성공한 후 곧장 실점을 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순간 먼저 점수를 내주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넘어가면 앞서고 있어도 불안한 모습이다. 25일 경기에서는 홍상삼 김성배가 나란히 5실점씩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현재 두산의 더블 스토퍼를 맡고 있는 이현승과 이용찬의 평균자책점은 3.09와 3.72다.
이 위기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것에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선발이 매 경기 완투를 할 수 없는 입장에서 믿을만한 불펜투수 한명이 없다는 것은 두산에게는 심각한 위협요소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