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빌린 빚이 많아 채권은행의 재무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 집단 36곳이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지난해 말기준 현재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1조4514억원 이상인 36개 대기업집단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성우하이텍이 올해 주채무계열로 새로 지정됐고, STX조선해양·현대·한솔·태영 등 4곳은 감시 대상에서 빠졌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로, 현대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요 소속 기업인 현대상선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면서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한솔과 태영은 은행권에서 빌린 돈을 갚아 신용공여액이 줄어들면서 제외됐다.
금감원은 매년 주채무계열을 지정하고 있다. 전년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 잔액이 그 이전해 말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 잔액의 0.075% 이상을 차지할 경우 주채무계열로 지정한다. 주채무계열 제도는 은행 빚이 많은 기업집단의 재무 상태를 미리 평가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주채권은행에서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 일정 점수를 넘기지 못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은 뒤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채무계열 수는 2014년 42곳에서 2015년 41곳, 2016년 39곳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많은 순서로 정해지다 보니 웬만한 대기업은 주채무계열에 속한다. 순위로 보면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많은 1∼5위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SK, LG, 현대중공업이다. 지난해 4위였던 현대중공업이 5위로 내려가고 5위였던 LG가 4위로 올라왔다.
시장의 관심은 어떤 기업집단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에 쏠린다.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는 기업집단은 자산매각, 부실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 하나, 신한, 국민, 농협 등 6개 주채권은행은 이달 말까지 담당 기업집단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가려내게 된다.
금감원 측은 "수출 호조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으나 지배구조 변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영향 등을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 정기신용위험 평가도 7월 말까지 진행된다.
한편 주채무계열 36곳에 대한 신용공여액은 270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9조9000억원 감소했고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액에서 주채무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전년보다 2.1%포인트 하락하며 2004년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았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