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새 사령탑 영입을 위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최대한 이기는 경기에 집중하면서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속히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 올 시즌은 물론이고 내년, 내후년을 대비하는 것이다.
시즌 초반 김성근 전 감독의 갑작스런 중도하차로 한화는 꽤 당황하고 있다. 새 사령탑 선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95경기가 남은 상황이어서 올 시즌 가을야구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새감독 선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향후 구단의 육성시스템 강화와 이른바 '챌린지' 비전을 함께할 인물이다. 덧붙여 구단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는 자주 반목했다. 프런트의 영향력 강화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한화 구단은 '나머지 9개 구단이 공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감독과 구단의 협력 관계'라고 강조한다.
선택지는 크게 두 곳이다. '40대 VS 50대', '프랜차이즈 스타 VS 사령탑 경험 베테랑'. 한화 구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영입을 진행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화의 가장 큰 고민은 올 시즌 성적이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4년간 외부 FA(자유계약선수)와 고액 외국인 선수 영입 등에 집중투자를 했다. 승부수의 방점으로 2014년 10월 김성근 감독을 모셔왔던 한화다. 올 시즌 역시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포기는 시기상조다. 올 페넌트레이스와 감독 선임은 맞물려 있다. 여기에 한화의 딜레마가 있다.
참신한 인물로 하자니 경험부족으로 페넌트레이스 싸움에서 다소 밀릴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감독 출신을 영입하자니 너무 강한 자기색깔에 구단이 추진하고자 하는 비전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요약하자면 한화가 찾고 있는 인물은 ▲무난히 팀을 이끌며 성적을 낼 수 있는 참신한 지도자 ▲풍부한 경험으로 잔여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구단과 말이 통할수 있는 유연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김응용→김성근으로 이어진 최근 5시즌을 돌이켜볼 때 후자보다는 전자에 무게감이 실린다.
하마평에 오른 베테랑으로는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54),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57),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54)이 대표적이다. 셋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선 전 감독은 마운드 재건의 달인이다. 페넌트레이스와 단기전 모두 강하다. 조 전 감독은 기초가 허약한 팀의 리빌딩에 일가견이 있다. 류 전 감독은 삼성에서만 4년 연속 통합우승,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도력과 인화에 관한 한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삼성이라는 단일팀 색깔이 다소 강하다.
다만 한화의 이번 선택만은 좀더 젊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제2의 창단을 방불케하는 장기 육성시스템을 발표했다. 김성근 전 감독과의 결별 역시 개인적인 감정싸움이 발단이 됐지만 야구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랐던 측면이 크다. 이같은 이유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정민철 해설위원(45), 송진우 전 해설위원(51), 한용덕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52), 장종훈 롯데 자이언츠 코치(49),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54) 등은 우선고려 대상이다. 한 수석이나 장 코치의 경우 시즌이 진행중이라 적잖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인지도나 지도력 모두 훌륭하다. 정민철 위원은 선수단 선후배, 프런트와 좋은 관계다. 유연한 사고와 최근 야구흐름에 대한 감각도 좋다. 송진우 전 위원과 이정훈 팀장은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에 대한 이해, 충성심, 팬들의 지지가 대단하다.
최근 사령탑 선임추세는 젊고 참신한 인물쪽으로 기울고 있다.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43)과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46), 김한수 삼성라이온즈 감독(46),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48) 등 이미 40대 감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