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어야 하는 곳도 측면이고, 막아야 하는 곳도 측면이다. 측면을 지배하는 팀이 8강에 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9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2016년 유럽축구연맹(UEFA) U-19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오르며 이번 대회에 나선 포르투갈은 C조 2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무1패였던 포르투갈은 27일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같은 강팀은 조별리그 보다는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춰 대회를 준비한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 객관적 전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역대전적에서 3무4패로 단 한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힘겨운 상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성인 대표팀과 판박이인 포르투갈 U-20 대표팀
루이스 피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을 배출한 포르투갈은 윙어의 천국이다. 포르투갈은 풍부한 측면 자원을 앞세워 직선적인 축구를 펼친다. 반면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는 부족하다. 포르투갈은 2000년대 초반 파울레타, 데쿠의 은퇴 후 확실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U-20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측면은 강하지만, 중앙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4-3-3을 쓰는 포르투갈은 최전방에 주제 고메스가 포진해 있지만 공격의 중심은 왼쪽 날개 디오구 곤살베스(이상 벤피카)-오른쪽 날개 안드레 히베이루(취리히)에 맞춰져 있다. 곤살베스는 호날두를 연상하면 된다. 스피드와 개인기를 두루 갖춘 곤살베스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득점으로 연결하는 플레이를 펼친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이 기록한 4골 중 2골을 책임졌다. 히베이루는 오른쪽에 포진해 있지만 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연계플레이에 능했다.
곤살베스와 히베이루가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인다면, 고메스는 두 윙어의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고메스는 지난 1월 한국과의 연습경기에서 득점을 올렸지만, 득점력이 탁월한 선수는 아니다.
주목할 것은 윙백의 움직임이었다. 왼쪽의 유리 히베이루(벤피카)와 오른쪽의 디오구 달로트(포르투)는 윙어에 가까울 정도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선보였다. 기술과 스피드를 두루 갖춘 이들은 확실한 공격 옵션이었다. 곤살베스와 히베이루가 보다 골문 가까운데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에밀리우 페이시 감독은 강점인 측면의 힘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측면을 막은 뒤, 측면을 노려라
기본적으로 수비는 곤살베스와 히베이루의 움직임을 막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은 포르투갈 공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개인기가 좋아 1대1로 막는 것은 어렵다. 볼이 가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 포르투갈의 미드필드는 역삼각형 형태로 이루어졌다. 플로렌티노 루이스(벤피카)가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했고, 페드로 델가도와 미구엘 루이스(이상 스포르팅 리스본)가 경기를 풀었다. 하지만 델가도와 미구엘 루이스 모두 창의적인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란전에서도 이란이 과감한 압박에 나서자 볼배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다. 상대 윙백의 오버래핑 시에는 공격수들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철저한 협력수비로 상대의 예봉을 꺾어야 한다.
볼을 빼앗으면 곧바로 상대 측면 뒷공간을 노려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상대 윙백과 센터백 사이 자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상대 윙백은 수시로 오버래핑에 나선다. 그만큼 뒷공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커버하는 중앙 수비수 프란시스코 페레이라(벤피카)와 조르지 페르난데스(포르투)의 스피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들은 이란전에서도 상대의 단신 공격수 레자 자파리의 침투에 여러차례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한국전에는 지난 이란전에서 징계로 나서지 못한 후벤 디아스(벤피카)의 복귀가 유력하다. 디아스는 스피드에서 나쁘지 않은 선수지만, 커버플레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이승우 백승호 조영욱이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침투한다면 포르투갈 수비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강조할 것은 세트피스다. 지면 끝인 토너먼트에서는 아무래도 공격적인 포르투갈 역시 수비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팽팽한 흐름을 깰 수 있는 것은 세트피스에서 의외의 한방이다. 조별리그에서 연습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신태용호는 16강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 감독 역시 적극적인 주문을 약속하는 등 세트피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