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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스승'도 인정한 '훈련 벌레' 조영욱 굴곡의 축구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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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의 '언성히어로(Unsung Hero)' 조영욱(19·고려대)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서울 구산중 졸업을 앞두고 갈 곳이 없었다. 서울 보인고와 수원 매탄고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이 때 조영욱의 동아줄이 되어준 은인이 있었다. 정종선 언남고 감독(현 고교축구연맹 회장)이었다. 정 감독은 "영욱이의 진가가 발휘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조영욱은 정 감독의 지도 아래 축구인생의 날개를 폈다. 정 감독은 "영욱이가 중학교 때까지 유연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유연성 향상을 많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조영욱은 '훈련 벌레'였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부단히 노력했다. 정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노력을 많이 했다. 밥 먹고 축구에만 매진한 스타일이다. 야간 훈련도 한 번도 빠지지 않을 만큼 성실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조영욱은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공격수로 기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영욱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2년 전이었다.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 최종명단(21명)에서 제외됐다. 당시 U-17대표팀을 이끌던 최진철 감독은 일선 공격 자원에 오세훈(현대고) 유주안(수원) 이상헌(울산)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 A)를 발탁했다. 조영욱은 줄곧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정 감독은 "피지컬을 중시하는 유소년 지도자들 사이에 영욱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영욱이는 활용을 해보면 고정관념을 깨는 선수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어느 감독이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조영욱에게 U-17월드컵 낙마는 '독'이 아닌 '약'이 됐다. 전국체전 스타로 발돋움했다. 정 감독의 기 살리기가 제대로 통했다. 정 감독은 "당시 축 처져있던 영욱이에게 '더 큰 일을 이루기 위한 한 발 후퇴라고 생각하자'고 북돋은 뒤 '네가 왔으니 전국체전을 우승해보자'고 목표를 제시했었다"고 전했다. 당시 학원 축구부가 프로 산하 유소년팀을 상대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영욱은 해결사로 펄펄 날았다. 특히 울산 현대 유스팀인 현대고와의 대회 16강에선 4골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또 부산 아이파크 유스팀인 개성고와의 8강, 광주FC 유스팀인 금호고와의 4강에서도 나란히 득점을 가동하면서 언남고의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정 감독은 "영욱이가 U-17월드컵의 설움을 전국체전에서 풀었다. 무엇보다 2학년인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다른 팀 감독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말대로 전국체전 맹활약은 조영욱의 축구인생을 되살린 불씨가 됐다. 당시 19세 이하(U-19) 대표팀을 지휘하던 안익수 감독이 조영욱을 주목했다. 그리고 2017년 5월, 한국을 뜨겁게 달굴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위해 조영욱에게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준비시켰다. 조영욱은 정 감독이 키우고 안 감독이 다시 발굴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후 대표팀에서 신태용 감독을 만난 조영욱은 2년 전의 한을 풀고 있다. U-20월드컵 본선에서 당당히 주전 공격수로 뛰고 있다. 조별리그 세 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아직 골은 없다. 그러나 현역 시절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린 박지성(은퇴)을 연상케 하는 왕성한 활동량과 헌신적인 플레이로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바르셀로나 B)와 이승우의 부활을 이끈 최고의 조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제자'의 맹활약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 '스승' 정종선 감독. 제자의 도약을 위해 여전히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 감독은 "공격수는 득점 찬스가 났을 때 욕심을 내기도 해야 한다. 고립이 됐을 때는 개인기를 활용해 돌파를 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백 패스를 하더라. 앞으로 좀 더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해 보인다"며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