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뽑았으니 믿어아죠."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던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비로소 큰 숨을 내쉬었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A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2017년 제6차 기술위원회를 진행했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사령탑을 선임하는 자리. 이른 아침부터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기술위원들은 새벽잠을 설친 채 파주로 달려왔다. 본 회의 1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한 자리에 모여 조찬 상견례를 진행했다. 박경훈(56·성남 감독) 황선홍(49·서울 감독) 서정원(47·수원 감독) 등 신임 기술위원으로 선임된 현역 K리그 사령탑들도 예외는 없었다. 시즌 중이라 한참 바쁠 때지만 한국축구의 위기탈출을 위해 기꺼이 몸을 움직였다.
조찬 분위기는 달콤살벌했다. 최영준(52·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위원은 "다들 잘 아는 얼굴인데, 식사 분위기는 너무 낯설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본 회의는 더욱 치열했다. 김호곤 부회장은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위원들이 많아서 의견이 매우 다양했다"며 "감독 후보군을 놓고 그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토론에 토론이 거듭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오후까지도 논의가 이어졌다. 김병지 위원은 "솔직히 말하면 우리도 회의가 이렇게 길게 진행될 줄 몰랐다. 아침에 이어 점심까지 현장에서 먹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장시간 격론 끝에 도달한 종착역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이때부터 더 분주해졌다. 위원들은 발표문 작성에 집중했고, 브리핑을 맡은 김호곤 위원장은 발음 및 띄어 읽기까지 체크했다. 그만큼 단 하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오후 2시 1분, 김호곤 위원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위해 강당에 들어섰다. 웅성웅성한 어수선함 속에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김호곤 위원장은 A4 용지 빼곡하게 적은 결과물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5시간을 꼬박 대기한 취재진으로부터 쉴 새 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25분간 토론만큼 치열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전쟁 같았던 일정을 모두 마친 김호곤 위원장.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그간의 부담감을 살짝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100% 만족스러운 결정은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전술과 전략은 물론이고 소통, 선수단 장악력, 그동안의 성적, 축구 철학 등 카테고리를 나눠 후보군을 평가했다. 그 결과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신태용 감독을 믿는 것뿐이다. 옆에서 잘 돕겠다"며 소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기술위원 데뷔전을 치른 황선홍 감독은 "치열한 데뷔 무대였다. 보안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도 회의실에 들고 들어가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는 기술위원직을 맡는 것이 부담이 있지만, 한국 축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 신태용 신임 감독께서 잘해주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신태용 신임 감독과 '절친' 서정원 감독은 남모르는 고민에 시달렸다. 그는 "토론을 통해 정말 냉정하게 감독을 선임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친구를 감독에 올린 모양새가 됐다. 아무래도 내가 친구에게 짐을 준 것 같다. 하지만 내 친구는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허허 웃었다.
김병지 위원은 "집이 구리다. 출근 시간을 피하려다 보다 오전 7시에 도착했다. 10분 차이가 1시간 차이를 만들었다. 정말 이른 아침부터 있었다"며 나는 기술위원 중 막내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시간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정말 철저하게 최선을 다해 감독을 선임했다. 앞으로는 신 감독께서 잘 해나가실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급 기술위원들이 선택한 신태용 감독. 이제 모든 축구인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일만 남았다.
파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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