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언론과 여론에 의해 형성된 A대표팀 감독 후보보다는 꽤 많은 이름이 나왔다. 4일 파주NFC에서 첫 기술위 회의를 개최한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66)은 흡족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축구가 위기임을 공감한 기술위원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하고 왔더라"고 전했다.
세 시간여의 '난상토론' 끝에 복수의 후보는 두 명으로 압축됐다. 기술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카리스마파'와 '소통파'였다.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다만 결론은 하나였다. 그라운드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을 '원팀'으로 만드는 방법론의 차이였다.
결국 미묘한 차이에서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의 장점이 먹혔다. 기술위는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강한 카리스마보다 선수들과 흉금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감독 선임에서) 가장 큰 부분은 소통이었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일선에 있었다. 기술위원들도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지도자와의 소통, 팀 내부의 문제 등을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은 충분한 능력이 있다. 그 동안 신태용 감독이 A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함께 있었다. 다른 분들도 능력은 있지만 신 감독이 빠른 시일에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연속성'도 무시할 수 없었던 의견이었다. 오랜 기간 현장 지도에서 멀어져도 지도자는 곧바로 복귀할 여력이 있다. 다만 아무리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다고 해도 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론이었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이 2016년 리우올림픽, U-20월드컵 등 중요한 대회를 계속 치렀다. 경기를 계속 치른 부분에 있어서 좋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사실 협회는 신 감독에게 그 동안 모진 역할만 맡겼다. 소위 '땜빵'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신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때마다 거절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준 신 감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준 부분도 어필이 됐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이 소방수 역할로 계속 지도자를 했다. 그것을 경험으로 생각했다. 본인이 대회를 치르면서 조금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많은 경험을 했기에 이렇게 어려울 때 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봤다. 그 동안 소방수 역할을 많이 했다. 큰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성적은 냈다고 본다. 그 경험이 대표팀 감독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는 신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기술위를 넘어 협회 부회장단 그리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신 감독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기술위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조직 내 선임 파트와 현장 파트를 나눠 기술위원을 구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 동안 신 감독이 이끈 대표팀을 봤을 때) 수비조직력이 약해보였다. A대표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비조직력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신 감독도 인지하고 있다. 조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신 감독은 현 시점에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감독으로 평가됐다. 신 감독과 새 기술위가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