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선임은 100% 기술위원회의 결정이었다."
4일 대한축구협회 제6차 기술위원회에 참가한 한 기술위원의 말이다. "현장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졌고, 모든 절차가 민주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맹세컨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정말 그랬을까' '사전 시나리오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품은 시선도 존재했다.
이날 A대표팀 감독 결정 과정은 대단히 민주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오늘 여기서 결정되는 대로 하겠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기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구체화된 후보군 4~5명이 거론됐고, 기술위원들이 2명의 후보를 추가로 추천했다. 현장 추천 후보를 비롯해 ,어느 후보 하나 배제되지 않았다. 동일 출발점에서 논의됐다. 각 후보의 장단점, 현실적 필요조건 등을 놓고 위원들간의 난상 토론이 펼쳐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실제 생각하는 각 감독 후보들의 스타일, 현장 사례, 장단점까지도 허심탄회하게 논의됐다.
'소통'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위기 관리 능력, 여론, 앞으로 전망까지 폭넓게 살폈다. 토론의 마무리는 무기명 투표였다. 비밀투표로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신태용 감독이 A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결정됐다. 한국 축구의 위기,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8명의 기술위원들은 책임 있는 선택을 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현장에서 즉각 발표했다.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다.
신태용 감독의 선임만큼, 기술위의 민주적 '선임 과정'은 의미깊다. 기술위가 2~3명의 감독 후보를 추려서 올리면 협회장이 최종결정을 내리거나, 협회장, 혹은 집행부의 의견을 반영해 제한된 범위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방식이 아니었다. 기술위의 결정이 100%, 시작과 끝이었다. 확실한 변화가 감지됐다.
하석주(49·아주대 감독), 황선홍(49·FC서울 감독), 서정원(47·수원 삼성 감독), 김병지(47·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 등 1990~2000년대 '국대' 스타플레이어이자, 이후 선수, 지도자로 성장, 성공 신화를 이어온 현장의 젊은 축구인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실력과 열정을 두루 갖춘 젊은 기술위원들은 작금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 기술위가 해야 할 기본 역할에 집중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냉정한 승부사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한국 축구와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수시로 머리를 맞대온 가슴 따뜻한 선배들이다. 한국 축구의 내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진심을 다해 고민했다. 현장에서 소신껏 후보를 추천하고 성심껏 논의했다. 새로이 선임된 젊은 위원들은 기술위의 민주적 변화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 역시 기술위원 영입 과정부터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기술위를 강조했다. 한 기술위원은 "한국 축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생각, 소신껏 기술위원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민주적 협의가 아니라, 방향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면 기술위원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님의 말씀도 그랬고, 이날 기술위의 방향도 그렇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기술위원들 역시 "모든 절차가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장담컨대, 이번 감독 선임은 100% 기술위원회의 결정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축구 기술자'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가 명실상부,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됐다. 함께 어깨에 나눠질 책임도 커지게 됐다. 현장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실력과 용기를 가진 한국 축구의 자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기술위의 변화는 한국 축구 변화의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