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삶에 천착해온 민윤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삶에서 꿈으로'(문화발전소)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시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 71편의 신작시를 담은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윤동주 생애 시'다. 최근 5년 동안 중국 일본 등을 탐사하며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연구해온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제발 폭탄 한 발 이 형무소에 떨어져라/이왕이면 밤이었으면 좋겠다/별이 총총이 박힌 밤하늘 아래/ 불꽃놀이처럼 폭발하는 섬광 속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폭싹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다…'('후쿠오카 형무소,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 1945년'은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치욕의 장소였던 후쿠오카 형무소를 그린 작품이다. 감정이입 없이 철저한 팩트를 바탕으로 윤동주 시인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주를 위하여' '시인의 본적' '상삼봉 역에서' '학교종이 땡땡땡' 등 윤동주 생애를 소재로 한 시가 담겨 있다. 다른 시인들이 발표한 윤동주 생애 시와 다른 점은 시의 화자(話者)가 모두 윤동주 자신이어서 시를 읽는 독자는 마치 윤동주가 된 듯한 느낌으로 시인의 생애를 스캔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고층 아파트'와 '광화문 촛불집회', 'TV 광고' 등 정치사회적 상황을 시민의 눈으로 표현한 신작시들도 이채롭다.
'민주주의 2 -광화문'은 연인원 1,000만 명이 평화적으로 참여한 촛불 시위의 도도한 흐름과 이를 저지하려는 '태극기' 집회의 역방향 행렬을 단 한 단어도 사용하지 않고 도표로 표현했다. '고층 아파트'는 밭전(田)자를 17층으로 쌓아올려 아파트 시민들의 삶을 직캠으로 찍듯 보여준다. '시각'이라는 침묵의 형식으로 오히려 더욱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민윤기 시인은 1966년 '시문학'지로 등단, 현재 서울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시문학잡지 '월간 시see'를 통해 '시의 대중화'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윤동주 100년의 해' '윤동주 100년 생애전' '윤동주 중국 국적조작 바로잡기운동' '윤동주 문학투어' '윤동주 시낭송대회' 등 윤동주 시인의 시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이끌고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