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보는 사람도 참기 힘든데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K리그 클래식은 본격적인 여름시즌을 맞고 있다. 여름에 더 빡빡한 K리그의 스케줄은 올해도 이어진다. 7월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다. 각 팀 당 6경기나 치러야 한다. 주중 일정도 두번이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순위싸움이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로 영연방 국가들만 지정한 공휴일. EPL 박싱데이 주간은 일주일에 세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악명이 높다) 기간에 결정된다면 K리그 순위싸움의 큰 그림은 여름에 결정된다.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
무더위와 빡빡한 스케줄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더해졌다. 바로 습도다. 최근 장마가 시작되며 습도가 더욱 높아졌다. 최근 한반도의 기후가 달라지며 동남아 못지 않은 습도가 이어지고 있다. 90%가 넘는 것은 예삿일이다. 사실 뛰는 입장에서는 무더위 보다 습도가 더 무섭다. 체력소모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은 천근만근에, 불쾌지수가 치솟는다. 의욕 제로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최근 K리그 경기를 보면 후반 25분이 지나면 선수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무뎌진다. 높은 습도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후반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7월 들어 열린 K리그 클래식 12경기에서 29골이 터졌다. 그 중 후반에 터진 골이 무려 21골이다. 72%에 달한다. 각 팀들의 경기 운영도 달라졌다. 과감한 압박과 적극적인 공격 대신 템포를 늦추고, 라인을 내려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후반에 승부를 띄우기 위해서다. 9일 제주를 잡은 수원도 철저히 후반에 초점을 맞췄다. 서 감독은 "전반에는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 좌우 윙백의 공격가담도 자제시켰다. 대신 후반에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주부터 주중 경기가 시작되는만큼 로테이션도 중요해졌다. 백업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선수층이 두터운 팀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전북이 최근들어 무서운 기세를 발휘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 않은 팀들은 강한 정신력을 앞세울 수 밖에 없다. 인천이 매 시즌 이맘때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 중 하나는 힘들때 한발자국씩 더 뛰어주기 때문이다.
여름 경기에 선수들이 싸워야 하는 것은 상대 팀뿐 만이 아니다. 무더위, 습도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비로소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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