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42승1무39패(승률 0.519)를 기록하며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1위 KIA 타이거즈와는 13경기차, 4위 넥센 히어로즈와는 1경기차다. 지난 해 통합 우승을 했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자 올 시즌 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치곤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김태형 감독도 13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앞서 "전반기에는 팀이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충분히 반등의 여지는 있다. 힘겨운 싸움이 되겠지만 포기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두산은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우선 마이클 보우덴이 후반기 직전 복귀했다. 이는 지난 해 KBO리그를 호령했던 '판타스틱4'의 부활을 의미한다. 더스틴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을 일컫는 '판타스틱4'는 지난 해 93승(1무50패) 중 69승을 합작했다. 니퍼트의 22승을 비롯해 4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15승 이상을 했다.
지난 해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보우덴을 제외한 3명은 제 몫을 해줬다. 니퍼트는 이미 9승을 거뒀고, 장원준이 7승, 유희관이 6승을 기록중이다. 모두 1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둘만한 투수들이다.
여기에 어깨부상에서 복귀한 보우덴도 괜찮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것이 반등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몸이 재산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프면 절대 뛰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보우덴이 던지면서 아프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팀의 주축 선수들이 복귀한다. 양의지와 민변헌은 지난 6월말 경기중 부상을 당해 각각 왼손가락 미세골절과 오른손가락 골절 판정을 받았다. 특히 포수인 양의지는 공을 받는 손을 다쳤다.
이들이 빠진 후 두산은 타선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상대팀보다 안타를 더 많이 때리고도 점수를 내지 못해 패하는 날이 많았다. 이들이 빠지기 전 경기당 평균 5.88득점을 하던 팀은 이들이 빠진 후 경기당 4.33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양의지와 민병헌이 일본에서 치료를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통증은 잡혔다"고 밝힌 이들은 연습배팅, 퓨처스리그 출전 등으로 컨디션을 점검한 뒤 복귀할 예정이다.
여기에 '우완 유희관' 김명신도 복귀에 청신호를 켰다. 보우덴의 부상으로 갑작스레 선발 등판했던 김명신은 4월말 강습타구에 얼굴을 맞는 부상을 당해 치료와 재활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11일과 12일 퓨처스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등판해 1이닝 1실점, 2이닝 4실점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김명신이 후반기 초반 돌아온다면 현재 두산에서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불펜이 보완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박건우와 오재일의 타격감이 돌아온 것도 두산으로서는 호재다. 박건우는 4월 타율이 1할9푼1리일만큼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지만 5월부터 반등해 꾸준히 3할대 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7월들어서는 30타수 12안타, 4할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오재일은 박건우보다 더 심했다. 4월에 2할, 5월에 2할2푼4리로 부진했던 오재일은 6월 3할4푼2리로 반등하더니 7월에는 29타수 14안타, 4할8푼3리의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최주환, 김재환, 닉 에반스 그리고 장원준까지 기복이 없는 선수들은 두산의 최강점이다. 김재환은 5월에 살짝 부진했지만 6월과 7월에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팀이 치른 8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최주환은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을 오가며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에반스 역시 중요할 때 한방을 터뜨려주면서 두산이 5할 승률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원준은 '장꾸준'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꾸준한 피칭을 하고 있다. 니퍼트 유희관 등이 부진할 때도 장원준은 등판해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줬다.
이같은 '모멘텀'으로 인해 두산은 후반기 반등의 기회를 얻을 것을 보인다. 김 감독은 "후반기에는 마음 붙잡고 치고 올라가겠다"며 "선수들도 마음을 강하게 먹고 후반기를 맞아야 한다. 지난해 우승팀인데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 감독의 바람처럼 두산이 후반기 '완전체'의 모습으로 돌아와 승승장구 할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