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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곽빈 150㎞ 강속구 대결, 청룡 마운드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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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vs. 150㎞'

1980년대부터 고교야구에 '초고교급'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아마추어, 특히 고교야구 투수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직구 스피드가 중요시됐는데,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 타자들을 압도하는 고등학교 투수들을 극찬한 표현이다. 1990년대 임선동 조성민 정민철 등이 초고교급으로 불렸고, 2000년대 들어서는 김광현 류현진 등이 계보를 이었다.

2017년 고교야구에도 굵직한 투수 유망주들이 나타나 프로 구단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배명고 곽 빈과 서울고 강백호다. 둘 다 3학년으로 곽 빈은 지난 6월 1차 지명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았다. 강백호는 다음 달 열리는 2차지명 1라운드에서 각 구단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을 후보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에이스이자 간판타자다. 1980~1990년대 유행한 에이스 겸 4번 타자의 '2017년판'이다. 둘의 맞대결이 고색창연한 청룡 깃발 아래서 이뤄졌다.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에서 만났다. 배명고 곽 빈은 3번-지명타자, 서울고 강백호는 4번-포수로 선발출전했다.

마운드에 먼저 오른 것은 강백호다. 강백호는 0-2로 뒤진 5회초 2사 1,2루에서 등판했다. 뒤이어 곽 빈이 2-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둘은 자존심 경쟁을 펼치듯 쉼없이 강속구를 뿌려댔다. TV 중계화면에 나타난 최고 구속은 둘다 154㎞였고, 이날 목동구장을 찾은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스피드건에는 150㎞까지 찍혔다. 여기에 곽 빈은 120㎞대 후반의 슬라이더와 130㎞대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뿌리며 현란한 볼배합을 자랑했다. 강백호 역시 120㎞대 커브와 130㎞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둘 다 위기관리능력도 일품이었다. 강백호는 6회초 1사후 배명고 이주호와 김영훈을 각각 148㎞ 직구와 135㎞ 체인지업으로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7회초에는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2타자를 모두 범타로 막아냈다. 곽 빈은 2-0으로 앞선 7회말 1사 2,3루서 폭투를 범해 한 점을 허용했지만, 정문근을 152㎞짜리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강백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8회말에는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장식했다.

둘의 투타 맞대결도 흥미를 끌었다. 곽 빈은 강백호를 상대로 5회초 내야안타와 7회초 좌익수플라이, 강백호는 곽 빈을 상대로 7회말 좌익수 뜬공을 기록했다. 타자보다는 투수로서 서로의 우위를 확인한 셈이다.

이날 결승전의 주인공은 결국 곽 빈이었다. 곽 빈은 4이닝을 4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3이닝 2실점으로 MVP로 선정됐다. 1962년 창단한 배명고는 곽 빈의 맹활약을 앞세워 2대1로 승리,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강백호는 4⅓이닝 4안타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곽 빈에 뒤지지 않았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모처럼 '초고교급' 투수들의 맞대결이 흥미를 끈 날이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