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10. 제주시 월랑로 '자매국수 노형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고기 국수', '제주도 국수', '제주도 맛집' 등을 입력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국수 가게가 있다. '자매국수'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일도2동에 본점, 노형동에 2호점을 두고 있는데 두 곳 모두 번호표 뽑아 들고 30분 이상 기다려야 국수 맛을 볼 수 있다.
이쯤 되니 차례 대로 음식이 나가는 데도 순번을 오해해 항의하는 손님도 더러 있다.
광고해본 적도 없고, 블로그도 없다. 광고 보고 왔다가 입에 안 맞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게 문애순 사장(48) 얘기다.
이 집은 소문난 맛집이자 '착한가게'다. 작년 초 본점과 노형점 동시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끼니때가 아닌 어중간한 오후 시간인 데도 손님 치르느라 볼이 발갛게 상기된 문 사장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니 당황스럽다"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동석한 제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철호 부팀장이 손사래를 친다. "자매국수의 경우 기부금 액수가 중요하지 않다"며. "유명한 맛집이다 보니 착한가게 홍보 효과가 엄청나거든요. 현지인은 물론이고 관광객도 많이 찾으니까요. 실제로 '자매국수에서 착한가게 현판 보고 전화한다'면서 회원으로 가입한 분도 여러분 계시고요."
하기야 노형점만 하더라도 하루에 1,000그릇이 나가는 데다 연중무휴니 연간 36만 명에게 착한가게 현판이 노출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현판이 가게 입구에 붙어 있으니 눈에 잘 띄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고 문 사장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건 아니다. 제주대학교에 '자매국수 장학금'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2013년 '축제 때 한 코너를 맡아 달라'는 제주대 총학생회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해 전 직원이 재능기부하는 셈 치고 장비 챙겨 들어간 게 계기가 됐다. 정작 비 때문에 장사도 제대로 못 하고 하루 반 만에 철수하면서 매출 5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낸 게 시작이었다. 그 후 매년 800만 원을 내고 있다.
"자매국수 장학금은 성적순이 아닙니다. 어려운 사람,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보탬이 되려는 거죠. 할 수 있을 때까진 해보고 싶어요."
문 사장의 기부는 제주대 장학금으로 그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장학회를 비롯해 사회복지기관, 어린이재단, 장애인복지회관 등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이면 주저하지 않는다. 금액도 800만 원부터 저금통에 모은 동전까지 다양하다.
관광가이드였던 문 사장이 국수를 말기 시작한 건 2005년. '자매국수'를 운영하던 아는 언니의 권유로 가게를 맡았고, 좋은 재료 쓰며 밤낮으로 매달려 첫손에 꼽히는 맛집으로 키웠다.
"좋은 고기, 무공해 채소를 쓰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제주산 돼지 오겹살만 씁니다. 채소는 부모님이 농사지은 무공해 채소를 쓰고요. 그리고 김치는 2~3일에 한 번씩 직접 담그죠. 100~150포기씩요."
문 사장은 매년 1,500만 원 정도 기부하고 있지만, 뭔가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하나는 매년 특정일을 지정, 손님들에게 음식값을 모금함에 넣도록 하여 통째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기부도 기부지만, 그날 가게를 찾은 1,000명의 손님에게 간접적으로 기부 체험을 하게 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이다.
"연말정산 때 기부금명세서를 보면서 딸과 얘기하곤 해요. 세상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많다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는 분들 말이에요. 그러면서 그러죠. '엄마도 언젠가는 하겠지?' 라고요."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