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으니 축구하기는 딱 좋은 환경이다."
경기 전, 감독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날씨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를 해야 하는 실외스포츠 특성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날씨가 축구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날씨가 득점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기록이 입증한다. K리그에 스플릿제도가 도입된 2013년 이후 득점 분포도를 살펴보면 7~8월에 가장 많은 골이 터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7월에 열린 36경기에서 무려 106골(평균 2.94골)이 폭발했다. 6월(평균 2.875골)보다 득점이 높아졌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강수량 때문이다. 25일 현재 서울에는 총 605.5mm의 비가 쏟아졌다. 6월(66.6mm)과 비교해 9배 이상 많다. 비가 내리는, 혹은 비가 그친 뒤 그라운드에는 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볼 스피드는 물론이고 회전 속도가 빨라진다.
스트라이커 출신 김도훈 울산 감독은 "그라운드에 물기가 있으면 공 스피드가 산다. 패스도 빨라진다. 자연스레 득점 기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조진호 부산 감독 역시 "그라운드에 물기가 있어야 스피드가 빨라지고 더 많은 공격 기회가 만들어진다. 골도 더 많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비에 젖은 그라운드는 볼을 튕겨내기 때문에 바운드를 예측하기 어렵다. 골키퍼 입장에서는 슈팅 각도를 놓치거나 펀칭이 잘못 튕겨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예상치 못한 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수량과 함께 '여름 득점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이다. 한반도는 6월을 기점으로 기온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정점은 7~8월이다. 2013년부터 4년간 7~8월 기온은 평균 25도를 훌쩍 웃돌았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체력 소모는 훨씬 커진다.
고정운 SPOTV 해설위원은 "연구 결과를 보면 10골 중 7골은 실수 때문이라고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실수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체력은 물론이고 집중력도 떨어지기에 순간적으로 상대를 놓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상주 감독도 "날씨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실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