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의 숨은 변수 중 하나는 잔디다.
잔디 상태는 선수들의 플레이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홈어드밴티지는 경기장 분위기도 있지만, 잔디도 한 몫을 한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우리 선수들은 이번 최종예선 내내 이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주장 기성용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을 정도. 지난 2일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던 신태용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XX 같습니다"라고 비속어까지 쓰며 불만을 표시했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위해 조기 소집 등 총력에 나선 축구계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설공단도 나섰다. 이란전을 대비해 대대적인 개선작업에 나섰다.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그라운드 잔디 교체작업을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중 약 1/4을 교체했다. 잔디 교체 비용을 위해 책정된 1년 예산의 절반 가량인 7000만원이 들어갔다. 잔디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스프링쿨러와 대형송풍기 8대를 이달 초부터 24시간 가동하고, 자체 개발한 인공채광기까지 투입했다. 서울이 치르는 K리그 클래식 2경기를 제외하고 다른 대관행사는 일체 잡지 않았다.
29일 대표팀의 훈련을 앞두고 개방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많이 개선된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어보였다. 특히 하프라인 쪽에 보식된 잔디는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바둑판 모양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잔디를 밟은 신태용 감독은 "보식한 잔디가 얼마나 안착하느냐가 중요하다. 보기에는 크게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선수들이 패싱게임을 실시하자 여기저기서 잔디가 패였다. 안착하지 못한 잔디는 한 웅큼씩 일어났다. 최상의 잔디로 이란전을 치르기에는 무리로 보였다. 이 변수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 신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