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시스템의 시리즈에서 터지는 홈런의 효과는 매우 크다. 경기 흐름을 한번에 뒤바꾸기도 한다. 얼마전 끝난 한국시리즈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한방 터지는 순간 상대 투수의 기를 꺾는 동시에 대량 득점까지 노릴 수 있어 효과가 매우 크다. 이는 국제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그간 무수히 많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도 바로 중심타선에서 터트리는 홈런포였다. 그리고 이런 역할을 가장 잘 해냈던 선수가 바로 '라이언킹' 이승엽이다. 중심 타선에서 꼭 필요한 순간, 그는 어김없이 홈런을 날려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곤 했다. 새삼 그의 위대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 '선동열호'에서는 누가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과연 누가 '포스트 이승엽'이 되어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이런 질문에 뚜렷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대표팀 엔트리에 확실한 장거리형 타자가 없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방점이 실려있는 팀이다. 이런 이유로 선동열 감독 역시 대표팀 선발 때 와일드카드를 배제하고 한국 야구의 미래가 되어 줄 젊은 동량들로 구성을 마쳤다.
그래서 과거의 이승엽같은 활약은 어렵더라도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해 줄 가능성이 있는 인물, 그리고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인물은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대표팀 주장의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구자욱(24)이다. 그는 이제 겨우 프로 3년차로 완성된 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2015년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홈런 생산 능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뷔 첫 해 11개의 홈런에 그쳤던 구자욱은 2년차이던 2016년에는 14개를 날렸다. 그리고 3년차인 올해는 홈런을 21개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고 향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더 키운다면 대형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넥센 히어로즈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22)에게도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그는 구자욱과 함께 대표팀 내에서 유이하게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쳐본 선수다. 현 시점에서 홈런 능력은 구자욱보다 낫다. 최근 3년간 총 62개의 홈런으로 시즌 평균 20홈런을 기록했다. 데뷔 2년차인 2015년에 19개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20개, 올해는 23개를 날렸다. 체력 소모가 많은 유격수에 다소 작은 체구(1m75/76㎏)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당장 이번 대회에서는 구자욱과 함께 중심 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제1기 '선동열호' 내에서는 구자욱과 김하성이 중심 타선에서 힘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각자 더 큰 선수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이승엽'이라는 목표가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대한 목표를 위해 끝까지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야구의 진정한 세대 교체와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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