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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쾅' 신태용호 '도쿄 대공습', 일본은 공황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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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6000여 일본 관중들의 야유가 도쿄의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신태용호의 '도쿄 대공습'이었다. 일본 대표팀이 경기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자 '울트라닛폰'을 비롯한 일본 팬들은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불과 10분 뒤 김신욱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정우영의 '무회전 프리킥'과 김신욱의 왼발골이 10분 간격으로 일본 골망을 출렁이자 비명으로 바뀌었다. 아지노모토 남쪽 관중석 구석에 자리를 잡은 '붉은악마'와 교민 등 500여명의 응원단의 환호, '대~한민국' 구호와 '젊은 그대' 노랫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전반전 종료 뒤 '우~'하는 야유로 자국 대표팀을 질타했던 일본 팬들은 후반전 한 골을 더 내주며 패하자 아예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기울이며 더 큰 야유로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자회견장에 자리를 잡은 일본 언론도 침통하긴 마찬가지였다. 1979년 6월 16일 한-일 정기전 1대4 패배 이래 38년 만에 나온 대패 날짜를 확인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취재진은 '이렇게 분한(悔しい) 경기는 처음본다'고 분노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한-일 취재진으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 모습을 드러낸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진땀을 뺐다. '포인트였던 김신욱 마크 실패의 대안은 없었나', '1대4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일본 국민은 오늘 결과에 절망하고 있는데 본선은 정말 괜찮은건가'라는 송곳같은 질문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한국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 11명의 선수가 빠졌지만, 그들이 왔더라도 오늘의 한국을 이기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 할릴호지치 감독은 매서운 질문이 이어지자 "감독 때문에 오늘 패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쓰라. 나는 이 대회에서 2승을 올렸고 대단한 결과라 생각한다. 취임 후 가장 큰 점수차의 패배고 아쉬움이 남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한국은 우리보다 수준이 훨씬 높았다. 일본 축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말 잘 보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심 안방 잔치를 기대했던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격분했다. 경기 후 일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의 한심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과연 일본 대표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에 대한 평가를 두고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못마땅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축구전문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한국은 완전체가 아니었기에 (한-일전) 내용과 결과 모두 쇼크'라며 '급조된 팀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대로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본선을) 맡겨도 될지 물음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TV해설자로 이날 경기를 지켜본 브라질 출신 일본 대표 라모스 루이는 "오랜만에 영혼 없는 경기를 봤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번 대회 주장으로 나섰던 수비수 쇼지 겐은 "모두가 플레이를 두려워했다"고 자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 중인 혼데 게이스케(파추카)는 자국 언론으로부터 대패 소식을 접한 뒤 "4실점은 지금의 일본 축구를 상징하고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 팬들 역시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창피하다', '한심한 결과', '사상 최악의 대표팀', '심한 정도가 아니라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