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우승에도 '쿨'했던 신태용 "이제 본선 준비에 심혈"

by

우승의 환희는 잠시 접어뒀다.

일본전 대승 뒤 모습을 드러낸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차분했다. 우승 세리머니에서도 지그시 미소만 지었던 그는 기자회견장에서도 담담하게 소감을 밝힐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신 감독은 "이른 시간에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뒤 바로 재정비한 뒤 역전 및 결과를 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동아시안컵은) 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의 전초전이었다. 결과는 좋았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대회를 결산했다. 이어 "(일본전을 며칠 뒤 똑같은 멤버로 치른다면) 우리가 또다시 대승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명장이다. 철저히 분석해 오늘같은 결과를 내지 않을 것이다. 오늘보다 더 치열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일본전 승리의 원동력으로 짚은 것은 '도하 참사'였다. 올림픽팀 사령탑으로 나섰던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신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두 골차 리드를 잡았으나 3실점하며 패한 바 있다. 신 감독은 "일본전에서 2-0으로 이기다 3골을 내주며 역전당한 부분을 잊지 않았다. 당시 기억을 곱씹으며 리드를 잡은 뒤에도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지 나름대로 준비했던게 결과에 주효한 것 같다"며 "도하에서 역전패를 한게 지도자 경력엔 큰 상처가 됐으나 교훈을 발판 삼아 오늘 준비한게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평가했다.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지만 반전의 실마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 7월 갑자기 (A대표팀) 감독직에 오르면서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만을 목표로 뒀다. 내용보다 본선 출전에 사활을 걸었다. 10월 A매치 2연전에선 완전체가 아닌 반쪽으로 유럽에 나갔다. 실망스런 결과가 나와 팬들께 실망을 안겼다"면서 "하지만 11월 평가전, 했고 동아시안컵을 통해 점점 쌓아가고 있다. 선수들은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을 것으로 본다. 나 역시 좀 더 본선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극일'의 환희는 선수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대회 MVP(최우수선수)에 오른 이재성(전북 현대)은 "다들 시즌 뒤 고생했는데 결과를 낼 수 있어 기쁘다"며 "MVP는 함께 고생한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후배 덕에 받은 것이다. 더 열심히 하란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회전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아낸 정우영(충칭 리판)은 "발에 맞는 순간 '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진수도 프리킥을 차고 싶다고 했는데 '미안한데 정말 자신 있다'고 말하면서 내가 찼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쐐기골을 뽑아낸 뒤 일본 서포터스 '울트라닛폰' 앞에서 산책 세리머니를 펼친 염기훈(수원 삼성)은 "7년 전 (박)지성이형의 뒤를 따라갔는데 오늘은 후배들에게 나를 따라오라고 말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더 길게 하고 싶었는데 (김)신욱이가 '이 정도면 된 것 같다'고 해서 멈췄다"고 웃었다. 대회 득점왕에 오른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님이 나를 살렸다"며 활약의 공을 스승에게 돌리기도 했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