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내부FA 내야수 정근우(36)와 오른손 투수 안영명(33)의 계약이 결국 해를 넘겼다. 시간은 한화 구단 편인가.
박종훈 한화 단장은 지난달 중순 "아마도 해를 넘길 것 같다"고 단언했다. 당시 박정진까지 3명의 내부FA가 있었는데 협상은 난항이었다. 간격을 다소 좁혔지만 셋 모두 입장이 판이했고, 구단의 판단도 제각각이었다. 박정진은 연말에 2년간 7억5000만원에 극적으로 사인했다. 이제 정근우와 안영명만이 남았다.
정근우는 하와이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협상은 에이전트를 선임해 맡겨둔 상태다. 두달 남짓 한화 구단과 수차례 만났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있다. 한화는 정근우가 꼭 필요한 전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정상급 공수 능력을 지닌 2루수다. 지난 4년간 FA로서 한화에서 보여준 활약은 역대 한화 2루수 중 견줄만한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현재는 양측은 계약기간 3년을 기점으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계약기간과 몸값을 둘러싼 옵션이 변수다.
안영명은 어깨 수술로 2년간 제역할을 못했다. 수술전의 활약, 2018년 기대치를 감안해 FA를 선언한 경우다. 선수와 구단이 바라보는 지점이 꽤나 차이난다. 한화는 믿고 맡길 토종 선발투수가 부족하다. 2017년 1승(8패), 평균자책점 5.75에 그친 안영명이지만 어깨 수술 뒤 2년차를 맞아 살아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화 역시 올시즌 안영명의 부활이 시급하다.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을 강조하는 선수와 달리 구단은 지금까지 선수가 이룬 성과를 협상 테이블에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양쪽이 팽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17년 FA시장은 꽤나 차분하다. 수년째 10개 구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리빌딩이다.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로 정점을 찍었고, KIA 타이거즈 역시 공개적인 리빌딩의 시간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 젊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이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정근우 안영명 외에 김승회 채태인 최준석 이대형 김주찬 이우민 등 8명이 미계약 FA로 남아 있다.
역대로 해를 넘긴 미계약FA는 이번이 최다인원이다. 2016년의 경우 15명이 FA를 선언했는데 미국진출을 한 황재균과 은퇴한 용덕한을 빼면 3명밖에 없었다. 2015년은 역대 최다인 22명이 FA선언을 했지만 해를 넘긴 미계약자는 고영민 1명이었다. 당시는 원 소속팀 우선협상 기간이 존재했다.
우선협상이 사라지면서 다자간 협상이 동시다발로 이뤄지다보니 초대어급은 순식간에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이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금방 드러나기도 한다. 이적이 힘들면 구단이 협상을 주도할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