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음 속의 대상은 엄기준이다. 데뷔초 민폐 끼치는 배우였는데, 19년간 받은 도움들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겠다."
배우 지성이 생애 2번째 연기대상을 품에 안았다. 데뷔 19년차를 맞이한 지성이 정상의 순간에서 떠올린 것은 존경하는 친구와 초심이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2017 SBS 연기대상에서는 드라마 '피고인'의 지성이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성으로선 지난 2015년 '킬미, 힐미(MBC)'에 이어 생애 2번째 연기대상이다.
'피고인'이 지난 1-3월 방영된 드라마임을 감안하면, 종영 당시에는 '하반기 임팩트'에 밀릴 가능성도 점쳐졌다. '피고인'에 뒤이어 방송된 이보영의 '귓속말'도 위협적이었고, 2017년 하반기에는 '사랑의온도', '당신이잠든사이에' 등 화제작들이 줄지어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상의 주인공은 지성이었다. 그만큼 '피고인' 속 지성의 열연은 강렬했다.
시청률 또한 '피고인'의 적수가 없었다. '피고인'은 첫회 14.5%의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이래 7회(20.9%) 이후 20%를 넘겼고, 마지막회는 28.3%를 기록하며 '별에서온그대(2014, 28.1%)'의 기록을 3년만에 깨뜨렸다.평균 시청률 21.7% 역시 '자이언트(2010)'와 같은 기록이다. 대상 후보작으로 거론되던 '사랑의온도'와 '당신이잠든사이에'가 10% 안팎을 맴돌았고, 아내 이보영의 '귓속말'도 마지막 회에야 가까스로 20%를 넘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성의 수상 소감도 남달랐다. 지성은 "피고인을 하면서 이 연기로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는 의외의 서두를 꺼냈다. 지성은 "이 사회에 미안했고, 딸 가진 아빠로서 너무 무서웠고, 그 연기를 제가 스스로 한다는 거 자체도 무서웠다. 시청률이 잘 나왔어도 겉으론 기쁘지만 마음만큼은 무거웠다. 이런 이야기로 시청률이 높다고 좋아할 순 없지 않냐"고 뜻밖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성은 "올해초에 방송됐는데 큰상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우리 피고인 팀의 노력과 노고를 기억하고 팀에 기쁨을 주시려고 주신 거 같다. 보고계신 분들께 이 상이 새해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성은 "제겐 마음의 대상이 따로 있다. 피고인을 통해 만난 친구다. 엄기준 씨"라고 '피고인'의 악역 차민호로 열연한 엄기준을 언급했다. 지성은 "물론 감독님, 스태프, 배우분들 모두 고생하셨지만, 같이 연기하면서 엄기준이라는 친구를 알았다. 어느 누구도 그런 악역을 연기하긴 쉽지 않았을 거다.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고 존중한다"면서 "이 상, 네 거야"라고 최고의 찬사를 건넸다.
지성은 자신의 데뷔 초창기 모습도 회상했다. 지성은 지난 1999년 SBS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데뷔, '올인(2003)'과 '뉴하트', '비밀', '킬미힐미' 등을 거치며 올해로 19년차를 맞았다. 지성은 "(연기대상 수상은)제겐 대단한 일이다. 데뷔초에는 주변 분들에게 민폐끼치는 배우였다.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지난 19년간 도움을 주셨던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진 못하겠지만, 고마움을 마음에 가지고 있다가 필요로 하는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팬들에도 "저에게 주어진 일에 매순간순간마다, 지극정성으로 여러분께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지성은 "저희 동료들, 지인들, 가족들, 저를 바라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제 딸 지유와 사랑하는 아내 이보영씨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지성은 특히 아내 이보영에게 "부족한 남편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주고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얘길 하고 싶었다"며 볼 뽀뽀를 건넸다. '연기대상 2회'에 빛나는 대배우의 애정표현은 이처럼 겸손하고 섬세했다. 이보영도 "너무 축하하고, 고생했고, 자랑스럽습니다"고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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