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태풍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내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전국 남녀종합선수권이 끝났다. '베테랑' 이승훈(대한항공)은 이날 1500, 1만m를 가장 먼저 완주했다. 전날 5000m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이승훈은 500m를 포함, 네 종목 기록을 합산하는 올라운드 방식으로 산출한 종합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착실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승훈과는 달리 이상화(스포츠토토) 김보름(강원도청) 등 기존 스타들의 레이스는 주춤하다. 이상화는 개인 훈련을 이유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김보름은 500, 3000m에서 2위에 오르며 예열을 하는 듯 했지만, 컨디션 문제로 30일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기권했다. 그간 안고 있던 허리 부상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평창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이상화와 김보름의 질주가 잠잠해진 가운데 '일본 여풍(女風)'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은 평창올림픽에 나설 총 16명(남자 8명·여자 8명)의 대표선수를 확정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고다이라 나오는 자신의 주종목인 500, 1000m는 물론 1500m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고다이라는 최근 가장 '핫'한 스케이터다. 단거리 세계 최강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평창올림픽 일본 대표 선발전 여자 500m에서 37초13으로 우승, 일본 국내외 대회를 통틀어 24연승 위업을 달성했다. 고다이라의 500m 개인 최고 기록은 36초75. 지난 11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대회 여자 1000m 디비전A 2차 레이스에선 1분12초09를 기록해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고다이라는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평창올림픽도 고다이라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00, 1000m 뿐 아니라 1500m 출전권도 얻어 대회 3관왕을 노린다.
하지만 일본엔 고다이라만 있는 게 아니다. 다카기 미호-다카기 나나 자매도 있다. '동생' 미호는 앞선 월드컵 4차대회까지 여자 1500m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언니' 나나는 중장거리 주자. 그는 5000m와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김보름과 자웅을 겨룬다. 다카기 자매는 사토 아야노와 함께 조를 이뤄 나서는 팀추월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월드컵 1차대회 여자 팀추월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4차대회에선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고 아리사도 있다. 고다이라에게 밀려있긴 하지만 고는 떠오르는 단거리 실력자. 지난 시즌까지 월드컵 여자 500m 최고 성적 4위에 그쳤던 고는 올 시즌 월드컵 1차대회에서 3위에 오른 뒤 3~4차대회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상화 입장에선 고다이라 뿐 아니라 고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