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기승전샤론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평이 이제는 '농담'으로 넘어가지지 않는다. 점차 극이 진행될수록 '진짜 주인공'인 듯한 인물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는 '흑기사'다.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김인영 극본, 한상우 연출)은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의 얽힌 운명을 풀어가는 것이 주요 이야기인 드라마다. 그 속에서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던 장백희(장미희)나 샤론(서지혜)은 두 주인공의 운명을 해석하고 풀기 위한 열쇠로 작용해야 했다. 그러나 점점 더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샤론 덕에 '흑기사'의 주인공은 더 이상 흑기사가 아닌, '샤론'이 됐다.
분명 인상 깊은 연기들과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샤론의 변신과 폭발적인 분노도 볼거리를 생성했다. 샤론은 최근 방송들을 통해 문수호에 대한 무서운 집착과 더불어 정해라에 대한 분노도 함께 드러내는 중이다. 최근 회차에서는 정해라와 문수호로 변신하며 차례로 변신쇼를 보여줬고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려는 마치 '귀여운' 악녀인 듯한 모습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때도 '과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오히려 '귀엽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주 방송들을 돌아보면 샤론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상태다. 샤론은 웨딩드레스와 면사포를 착용해보는 정해라를 향해 가위를 손에 들었고 얼굴 쪽에 있는 면사포를 단번에 가위로 찢어버리며 얼굴에 상처를 내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다. 얼굴 방향으로 가위를 드는 행위는 현실 세계에선 범죄나 다름이 없는 일. 그러나 샤론은 정해라와 육탄전을 벌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여기서 정해라가 악착같이 샤론과 싸우지 않았다면 아쉬움은 더 커졌을 터다.
샤론의 변신과 분노 등은 자극적인 맛을 주며 '흑기사'를 흥미롭게 만들었지만, 장기적으로 최선의 선택은 아닌 듯하다. 드라마가 진행될 때 메인 주인공의 서사가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는데 반해 '흑기사'는 현재 10회를 지나가고 있음에도 메인 커플인 문수호와 정해라에게 중요한 서사 등을 주지 않기 때문. 이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흑기사가 아닌 샤론이 아니냐"는 불만을 조금씩 드러내는 중이다.
총 16부작, 절반을 지나버린 '흑기사'는 절반 이상을 샤론의 폭주와 함께한 상태. 점차 샤론과 장백희의 몸에 없던 낙인들이 생기며 두 존재에게도 변화가 발생하고 메인 커플도 사랑을 키워나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기승전샤론'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흑기사'가 주인공인 흑기사 문수호와 정해라의 운명을 뒷심이 부족하지 않도록 책임지며 마무리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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