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할 뿐이죠."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7일 청주 KB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71대64로 승리,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토종 선수 중엔 독보적 높이를 자랑하는 KB스타즈가 이번 시즌 우리은행 왕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결국 우리은행을 넘지 못했다.
통합 6연패 도전. 시간이 흐르는만큼 우리은행도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박혜진 외 팀을 이끌어갈 만한 젊은 선수가 보이지 않는데, 나머지 주축 선수들은 나이가 들고 은퇴하고 있다. 통합 5연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가 바로 임영희(38)다. 그가 농구에 눈을 뜬 2009~2010 시즌부터 우리은행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2012~2013 시즌부터 통합 5연패가 시작됐다. 보통 프로 데뷔 후 젊은 시절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대로 사라지는 선수가 많은데, 임영희는 99년 데뷔 후 만년 식스맨으로만 뛰다 10년이 지나고 2점대 평균득점이 두자릿수로 늘어난 경우다.
그랬던 임영희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보인다. 1980년생으로 이제 한국나이 39세가 됐다. 기록으로 보면 크게 나쁘지 않다. 이번 시즌 20경기 평균 31분25초를 뛰며 평균 11.30득점 4.30리바운드 4.05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평균득점 리그 15위 기록이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이 볼 때나, 본인이 생각할 때도 이번 시즌은 기복이 있다. 이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우리은행의 경기가 어려워진다.
호랑이 같은 위 감독이지만 임영희에게는 이제 뭐라 하기도 힘들다. 위 감독은 "보면 짠하다. 이제 마흔살에 가까워진 선수다. 이렇게 훈련하고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내 성에 차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뭐라고 하지도 못한다. 본인도 경기가 안될 때 답답해 하니 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위 감독이 걱정해준 것을 알았을까. 임영희는 KB스타즈전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승부처 고비 때마다 3점슛을 터뜨리고 경기 마지막 승리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를 성공시키는 등 15득점을 기록했다. 확실히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남자 선수 같은 완벽한 원핸드 슛은 아직도 일품이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볼줄'이 매우 예쁘다.
우리은행은 양지희가 은퇴했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교체하며 이번 시즌 진짜 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와중에도 1등이다. 깜짝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나탈리 어천와, 그리고 임영희에 이어 확실한 에이스가 된 박혜진, FA 이적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김정은의 활약도 좋지만 임영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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